충남교육청은 혁신미래학교 정책의 핵심을 역동성에 두고 현장 중심의 성찰을 토대로 충남 미래교육의 나아갈 방향을 탐색하고 있다. 이에 쿠키뉴스는 5회에 걸쳐 ‘협력과 공존을 위한 충남 혁신학교’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학교로 놀러 왔다며 집에 안간다’는 에너자이너 학부모
아산시 송악면에 위치한 거산초등학교(교장 임대봉)는 자연과 어우러져 기적과 감사가 넘치는 학교이다.
거산초는 혁신학교 10년 동안 ▲생태환경교육 ▲어린이문학교육 ▲문화예술교육 중심의 소규모학교 특성화로 학교의 살길을 모색했다.
사실 거산초는 학령인구 감소로 2000년 학생수가 39명으로 줄면서 인근 송남초의 분교가 됐다. 2018년 120명까지 학생이 늘어 다시 본교로 격상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현재 학생수는 70여 명으로 줄었지만, 지금도 학부모들이 자비로 통학버스를 운영하고 대기자도 있을 만큼 가고 싶은 학교로 소문난 곳이다.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열정적인 선생님들 있다 보니 학교, 학생, 보호자, 마을이 행복하다.
행복한 사람은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다. 기자가 방문한 날 교장선생님을 비롯해 선생님, 학부모, 학생 모두 얼굴에서 행복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정문에서 기자를 맞은 임대봉 교장선생님은 학교 주변 자연을 이용한 움집, 그네 등이 길 따라 이어진 산책로를 소개한 뒤 먼저 교내 도서관으로 안내했다.
“독서교육 등 4개 학부모지원단이 학교를 지탱하는 힘”
교직원인 인 줄 알았던 각각 2, 3, 6학년생 학부모 3명이 책 정리와 청소 등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름해서 독서교육지원단이다.
도서관은 부족한 일손을 학부모들이 맡으면서 무작정 가서 책 읽고 공부만 하던 공간이 아닌 아이들이 쉴 수도 있고 힐링하는 곳으로 변모했다.
학부모들은 평상시에도 자주 나와 봉사하느냐는 질문에 2, 3학년 학부모 이승희 씨와 김정은 씨는 “아니다. 매일 놀러 온다. 집에 안간다”며 깔깔 웃었지만 사실 의무적(?)으로 매주 월~금 오후 1시에 나와 봉사를 시작해 오후 4시 자녀들과 함께 하교하고 있다.
이처럼 에너지 넘치는 학부모들이 판(?)을 치는 거산이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다가왔다.
거산초에는 독서교육지원단을 비롯해 생태교육지원, 교육과정지원단, 연수지원단 등 학부모들로 4개의 지원단을 꾸려나가고 있다. 학부모라면 이곳 4곳 중 1곳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맞벌이에도 불구하고 연차, 월차까지 써가며 활동하는 이들 학부모가 있어 학교를 지탱하는데 강력한 힘이 되고 있다.
어쩐지 교내 주차공간에 선생님은 모두 10여명 안팎인데 차량은 30여대가 넘게 주차돼 있어 의아했었는데 이제서가 이해가 간다.
봉사에 나서기 전과 지금의 달라진 느낌을 묻자 대뜸 “선생님이 힘든 만큼 아이들은 즐겁겠구나”라고 교사들의 고충을 이해하면서 “지금은 애들 습성 하나까지 다 알만큼 친근감있게 만나고 있어 즐겁게 봉사하고 있다”며 먼 통학거리에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혁신학교 10년 노하우로 이제는 미래 학교 '등대' 역할 자임
거산은 혁신학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한 혁신미래학교로 큰 걸음을 내딛은지 벌써 2년차를 맞았다. 말 그대로 혁신미래학교에 등대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4년째 근무하는 조현민 선생님은 일반학교와 혁신학교의 차이를 묻자 “어느 학교든지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선생님들이 많다”면서도 “이제 1년만 있으면 떠나야 하는데 안가고 싶다. 시간이 아깝다”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조 선생님은 “거산초도 혁신학교로 지정되기 전부터 교육운동을 하던 선생님들이 모이고, 어린이들을 존중하고, 학부모들의 참여로 교육과정도 개선해 온 학교였다”며 “이미 20년 가까이 지속된 문화인데 교사·학부모·학생 세 주체가 서로를 존중하고 그 안에서 같이 만들어왔는데 그것이 가장 큰 차이라면 차이일 수도 있다”고 돌아봤다.
혁신학교가 미래 교실을 바꿀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 학교 3년차인 김대현 선생님도 학교 주변 상황과 교육환경을 꼽으며 “학교에 맞는 교육과정을 만들어가고 당연히 그것에 필요한 교육과 지원이 적절하게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인 학교에서는 국가에서 지정된 교육과정을 따라가는 형태 이상은 나오기 힘들다”면서 “혁신학교는 교사들의 창의적 사고와 열정으로 각각의 능력을 더 발휘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에 대해서는 “마을, 학부모, 학생, 교사가 자체적으로 교육과정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자원 등 학교에 필요한 것들을 적절하게 제공할 수 있어 각각의 능력을 더 발휘해 갈 수 있었다”며 “이제 학교 교육도 학생들이 주인이 돼서 주도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밝혔다.
두 선생님은 “이런 혁신학교는 기본적으로 자율학교 지정을 한다”며 “특정한 교사를 초빙하거나, 유예한다든지 하는 부분에서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 학교에는 선생님의 능력이 아무리 출중해도 아무나 올 수도 없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조 선생님은 “본인이 희망해서 지원을 하고 싶어도 타 시군이나 인사 규정이 있어 사실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일선학교 선생님들에게 자율 교육과정 자체가 큰 메리트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선 홍동초와 초락초에서 경험한 선생님들의 교장선생님에 대한 자랑과 긍지도 빠지지 않았다.
조 선생님은 “연극동아리와 함께 축제에 참가하는데 짐을 실을 트럭을 빌려야 하는 곤란한 상황에 처한 적이 있었다”면서 “예산도 부족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에서 교장선생님이 마치 ‘홍반장’처럼 짠하고 트럭을 몰고 나타나 한방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주입식 교육에서 지구 위기도 고민하는 교육으로 전환
혁신학교의 자율적인 교육과정에 따른 일반적인 교과 성취도에 대한 편견도 사라졌다.
운영 초창기에는 여러 우려점들이 있었지만 기존의 주입식 교육과 일방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강의식 수업에서 벗어났다.
조 선생님은 처음 “이 학교에 왔을 때는 옆에서 보기만 하다가 교실을 열고 와서 보고 하니까 3년 정도 걸렸다”면서 “이제 다른 사람들한테 소개도 하곤 하지만 여전히 힘든 부분에서는 독립군의 심정이 돼야 하겠다”는 결심도 내비쳤다.
아이들은 실제로 몸으로 배우고 자기 삶에 가까이 있는 것들을 배우는 등 살아있는 교육과정으로 옮겨가기 위해서 스스로 체험하는 활동들이 많아졌다.
교실 안에만 갇혀 있는 아이들을 학교 밖으로 확장시키기 위한 눈물겨운 사연도 있다.
초창기 거산초는 “이 학교는 숙제 안해도 혼내지 않고 애들이 맘껏 놀 수 있어서 여보냈다는 극단적인 학부모도 있었다”면서 “심지어는 사교육 안 시킨다는 각서까지 쓰고 추첨해서 오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전 교직원이 나섰다.
학부모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리며 여기는 공부 안하는 학교가 아니라 미래 성장을 위해 공부하는 학교라고 설득했다.
선생님들은 최소한의 어린이들이 해야 하는 것들을 몸소 익히고 학습하는 과정 속에서 학교의 천혜 자연과 주변 마을과의 연계성에 대한 나름의 공부에 눈을 떳다.
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거산이다.
저학년 입학때 소아우울증을 가진 것처럼 보였던 다문화가정 학생도 이 학교에서는 귀한 대접을 받는다. 그림 재능을 발견한 담임선생님에 의해 사제동행 전시도 하고 밴드부활동까지 하고 있다.
마을도 함께했다. 하교 후 집에 혼자 머무르는 이 아이를 위해 교장선생님과 마을 내 반딧불이아동센터가 손을 잡아 저녁식사 전까지 다양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처럼 교실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교사 회의를 통해 의견을 나누고,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해결 방안을 찾아내는 것도 거산의 역할이다.
조 선생님은 “거산의 모든 교직원들은 물론 급식실 종사원까지 아이들의 이름과 성격, 성향까지도 파악하고 있다”면서 “내가 맡은 아이만 책임지는 것이 아니고 전교생 모두의 담임”이라고 힘 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이 같은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다보니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은 감동”이라며 “내가 바르게 서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공공성이 미래 학교의 핵심이다”라고 밝혔다.
‘내 삶의 주인은 나고 더불어 사는 거산’
이 학교의 가장 큰 흐름은 ‘내 삶의 주인은 나고 더불어 사는 우리’이다. 20년 넘게 지속돼 온 학교 철학이면서 모토이다.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 환경교육, 체험중심 환경교육에서 지구의 위기까지 고민하는 생태전환 교육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거산초의 일상은 노래부르기, 차마시기, 책 읽어주기, 이야기 나누기와 함께 오감으로 느끼고 즐기는 숲길 산책 나들이로 아침을 연다.
교육과정은 신체, 감각, 인지, 정서 등 다양한 영역에서 특성을 이해하고 계획을 세우며 관계를 통해 1년살이를 시작한다. 학년별로 생존수영과 거산 한마당(운동회), 들살이(야영), 독도교육, 평화교육, 북스타트활동, 온작품 일기를 통한 작가와의 만남, 나눔주간(김장, 알뜰시장), 공연·전시 관람, 예술제, 상담, 생활 글쓰기 등의 교육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특별히 △언어 교육 △수학 교육 △탐구 교육 △예술 교육 △생태 5개 영역으로 재구조화하고 그 안에서 각각의 교과를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끊이지 않고 연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공감주간으로 학교혁신 확산 위한 살천사례 나눔
거산초는 지난 14일부터 25일까지 학교혁신 확산을 위한 혁신학교의 네트워크 거점으로서 역할 및 학교 실천 사례 나눔을 위해 공감주간을 운영했다.
이 행사는 2주 동안 충남의 교직원과 보호자 내년 예비신입생 보호자들에게 혁신학교의 일상을 공유하고 홍보를 위해 마련됐다.
전교생이 참여해 각 교실에서는 수업나눔과 민주적 협의 문화 확장을 위한 교사 토론이 이루어졌고, 밴드, 목공, 요리, 연극, 댄스 등 학생 자율로 이루어지는 동아리 활동도 선보였다.
또 엄마, 아빠와 함께 떠나는 가을 나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안성 바우덕이 공연 관람과 체험으로 현장학습의 이해도를 높였다.
체육 활동은 모둠별로 전략을 짜서 함께하는 놀이로 서로의 협동을 꾀하는 방식이다.
1년에 한 차례 학교 옆 야산에서 실시하는 들살이는 1박2일 동안 자연물을 이용해 학생들 스스로 움집과 텐트를 설치해 밥도 짓고 새 모이를 주는 등 스스로 생존하고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야영활동이다. 행정실 직원도 함께 한다.
이처럼 거산초는 무늬만 혁신미래학교가 되지 않기 위해 자연환경과 어우러진 생태수업 등 실질적인 교육활동이 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거산은 선생님이 변하고, 학교가 변하고, 학부모가 변하니 학생이 변화하는 거대한 물결을 이루고 있다. 어쩌면 당연한 교육개혁이 거산에서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임대봉 교장은 “불가능한 한 점과 한 점을 잇는 능력이 혁신이다”라고 강조하고 “절대 연결될 수 없었던 두 점이 이곳 거산에서 이어지더라”면서 혁신학교로 전환하면서 이루어진 기적같은 변화에 감사를 전했다.
(이 기사는 충남교육청의 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