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정의 1도 올린 세상] "이런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그랬다고요"

[이연정의 1도 올린 세상] "이런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그랬다고요"

기사승인 2024-12-26 11:59:39
이연정 충무교육원 교육연구

장애는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가질 수 있다. 누구나 자신의 주변 환경과 단절될 수 있고 활동에 제약이 따를 수도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갑작스러운 사고, 질병, 노령화 등 장애 유발 원인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2022년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의 5%, 즉 20명 중 1명이 장애인이라고 한다. 장애인은 우리의 삶 안에, 그리고 주변에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다. 

6주 전 일요일, 이른 아침 도보로 장을 보러 가는 길에 2센티 남짓 한 보도블록에 걸려 넘어졌다. 아차! 하는 순간 떠오른 몸이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이 사건으로 왼쪽 어깨가 골절되었다. 때마침 일요일이라 의료대란을 몸소 체험했다. 병원 4곳에 전화를 했지만 응급실이 가동되는 곳이 없었고, 처음으로 스스로 안전하지 못하다는 당혹감이 일었다.  

신체 일부분이 보조기로 결박당했다. 신체의 자유가 제약되자 모든 것이 부자연스러웠다. 씻는 것부터 설거지와 워드 작업 등 일상의 가장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 직장 업무도 수행하기 어려워 병가를 낼 수밖에 없었다. 신체 자유의 억압은 정신의 억압으로 이어졌다. 포근하고 따뜻했던 집은 무기력하고 컴컴한 굴속이 되었다. 보조기 사용으로 몸의 균형이 무너져 곧잘 부딪치거나 걷다가 휘청이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사소한 장애도 삶을 취약하게 할 수 있다는 것과 동시에 장애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기회였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담임교사 당시에 통합학급을 운영한 적이 있다. 당시 장애 학생을 전적으로 이해하거나 배려했다고 자신하지는 못하겠다. 반성을 전제로 모두가 참여하는 민주적 학급 운영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은 자신한다. 일반교사는 특수교사와 소통하고 학생들이 가진 장애의 특성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발달 정도에 따른 학습 수준을 고려하여 차후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할 수 있게 역량을 키워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이 학급 구성원으로 역할과 책임을 수행할 수 있도록 민주적인 학급을 만드는 것이다. 민주적 학급은 민주적 학교를 만드는 세포와 같은 기본적 조직 단위다.  

학급은 각각이 다른 모두가 모인 작은 사회집단이다. 각각이 다르다는 것은 학생 특유의 개성과 재능, 성격에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정신적 특성까지를 포함한다. 서른 남짓 각각의 다른 학생이 하나의 학급을 만들고 학생들은 학급 조직의 구성원이 되어 일정 역할을 맡는다. 배제가 아닌 참여, 소외가 아닌 연대로 하나의 사회를 만드는 것은 구성원의 이해와 배려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장애이해교육을 기반으로 장애별 특성에 대한 정보교육을 통해 이해도를 높이고 이해가 실질적 행동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리 없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구성원 스스로 시력이 약한 학생에게 앞자리를 양보한다거나 다리 골절 학생이 출입문 가까운 곳에 앉을 수 있게 배려한다. 자신의 이익보다 서로의 이로움을 우선하는 공감대 마당에 학생들이 자발성을 가지고 임하게 된다. 이것이 민주적인 학급이라 할 수 있다. 

교사 시절 자폐성 장애 학생을 가르친 적이 있었다. 밝고 맑은 눈빛을 가진 학생이었고 중학생답게 신체적 능력도 뛰어났다. 여느 아이처럼 복도를 뛰어다녔고 예쁜 여학생 앞에서는 수줍어했다. 의사소통이 어렵기는 했지만 지속적인 특수교육을 받아서인지 간단한 의사소통도 가능했다. 암기 능력이 뛰어나 교사들의 차량 번호나 긴 숫자도 단번에 암기했다. 그 아이가 중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주변인의 따뜻한 관심과 특수교사와 통합학급 교사, 보호자 사이의 활발한 소통 때문이었다. 간혹 돌발 상황이 발생했지만, 누구도 화내거나 다그치지 않았다. 규칙과 질서에 대해 알기 쉽게 교육하면 친구들이 있는 교실 속으로 돌아갔다. 이 사례처럼 장애가 차이일 뿐 차별로 전환되지 못한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이해와 공감을 전제로 한 구성원의 장애이해교육과 사회와 소통하는 과정을 배웠던 아이와 부모의 끊임없는 노력이지 않을까.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등장인물 정준의 대사를 읊어 본다. 

‘장애가 있는 사람을 볼 때 어떻게 하는지 학교, 집, 어디에서도 배운 적 없어요. 이런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그랬다고요.’

배우지 못해서, 만날 기회가 없어서 생기는 낯선 시선과 편견은 이제는 더 이상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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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정 충무교육원 교육연구사는 공주사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2002년 교직에 입문했다. 이후 아산교육청, 충남교육청 장학사를 거쳤다. 충남교사문학회 활동을 시작으로 현재 (사)한국작가회의충남지회 사무처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사회 온도를 1% 올리기 위해 교육 현장에서 치열하게 공감과 소통에 나서고 있다. 

홍석원 기자
001hong@kukinews.com
홍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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