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에 대한 임명 거부 의사를 밝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한 대행 탄핵 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등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단 입장인데 그저 시간 끌기용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7일 국회 본회의에는 한덕수 대행의 탄핵안이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전날 한 대행이 긴급 대국민담화를 통해 여야 합의 없는 가운데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밝히자 민주당은 즉시 탄핵안을 발의했다. 탄핵안은 같은 날 본회의에 보고됐으며, 이 시점으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해야 한다.
민주당은 △채상병‧김건희 특검법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 건의 △12‧3 계엄 사태 가담 △계엄 직후 당정 공동 국정운영 구상 △내란 상실특검 후보 추천 의뢰 방기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등 5가지를 한 대행의 탄핵 사유로 명시했다.
국회가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를 추진하는 건 헌정사상 처음이다. 한 대행이 직무 정지 상태가 되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한 대행 탄핵안 의결 정족수 해석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여당은 대통령 직무대행은 사실상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자리이기에 (대통령을 탄핵 소추할 때와 마찬가지로) 국회 재적 의원 200명 이상의 찬성표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야권에서는 국무총리 직위를 기준으로 재적 의원 151명 이상만 찬성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여러 논쟁이 오가는 가운데 27일 본회의에서는 야당의 주장대로 총리 탄핵 기준안(찬성 151표면 가결)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우 의장은 전날(26일) 본회의에서 “헌법재판관 9명의 정상 체제를 복원하는 게 온당하고 시급하다”며 국정 수습의 시급함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헌법학계에서도 민주당이 주장하는 총리 탄핵안 기준이 옳은 해석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방승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6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권한대행은 권한대행일 뿐이다. 대통령이 아니다”며 “한덕수 대행이 대통령과 동일한 신분과 지위를 갖는다면 왜 대행이라는 용어를 쓰겠느냐. 총리 탄핵안 기준대로 표결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헌법 질서가 파괴되고 있는 상황에서 헌법기관의 구성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 자체도 탄핵 사유에 해당된다”며 “민주당이 탄핵을 추진하는 데 아무런 장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국민의힘은 한 대행에 대한 탄핵안이 총리 기준으로 적용돼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져 가결되더라도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만약의 경우에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의향까지 보이고 있다.
서지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26일 국회에서 민주당 규탄대회 뒤 브리핑을 통해 “(탄핵안이 통과된다면) 모든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며 “내일 의원총회에서 전체 의견을 수렴할 것이다. (권한쟁의심판을) 포함해서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는 한 대행 탄핵 시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하겠다고 한 국민의힘의 태도는 그저 시간 끌기에 지나지 않다고 평가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26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국민의힘에서 (법적 조치에 나선다면) 최대한 시간을 늦추겠다는 것”이라며 “내년 2월 이재명 대표 선거법 관련 항소심이 있고 4월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헌법재판관 2명이 임기를 마친다. 이런 것들을 감안할 때 최대한 일정을 늦출 거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