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관리 필요성에 전세자금대출 100% 보증이 사라진다. 이르면 올해 1분기부터 90%로 제한된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전세대출 금리가 올라가거나 한도가 줄어드는 등의 여파가 우려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5년 경제1분야 주요 현안 해법 회의’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올해 업무 계획을 보고했다.
보증비율 90%로 통일…금융위 “100% 보증은 정상 아냐”
금융위는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 방안 중 하나로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90%로 일원화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전세대출 보증 비율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서울보증보험(SGI)가 100%, 한국주택금융공사(HF)는 90%다. 금융위는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끝낸 만큼, 빠르면 1분기 내 신속히 시행할 방침이다. 부동산 시장 양극화를 고려해, 수도권은 여기서 추가로 낮출 계획도 갖고 있다.
전세대출 보증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주택금융공사(HF), 서울보증보험(SGI)이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해 담보(주택)가 없는 전세 대출의 보증을 서 신용을 보강해주는 제도다. 임차인이 전세사기 등으로 보증금을 못 받는 상황에 대비하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과는 다른 제도다.
가계부채를 관리해야 하는 당국은 그동안 전세대출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전세대출의 차주는 임차인이지만 실질적으로 은행이 대출금을 계좌로 보내는 당사자는 집주인이다. 하지만 그동안 임대인에 대한 상환능력을 따져보는 심사나 평가 절차가 없어 사각 지대에 남겨져 있었다는 게 당국 문제 의식이다.
전세대출 DSR 적용에서 선회…“금융회사 상환능력 꼼꼼히 봐야”
당국은 약 200조원 규모의 전세대출이 가계부채 불쏘시개로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국토연구원은 최근 전세대출 보증 정책이 집값과 전셋값을 모두 올릴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당국은 전세대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편입도 고려했지만 충격을 고려해 다른 선택지를 고른 모양새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7일 브리핑에서 전세대출이 국민 주거안정 측면에서 필요한 제도지만, 상환 능력에 대한 심사가 없이 나가, 투기수요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짚었다. 권 사무처장은 “전세대출 100% 보증은 정상이 아니다”면서 “전액 보증은 적절치 않고, 이를 충분히 갚을 수 있는 다른 상환 능력이 있는지 금융회사가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측면에서 부분보증제 도입을 관계부처간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전세대출 DSR 도입이 아예 백지화가 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권 사무처장은 “테이블 밑으로 내려간 것은 아니다”라며 “가계부채가 는다든지,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다면 언제든지 다양한 대출을 규제할 수 있는 카드를 즉시 활용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은행권 “금융사 리스크 커져…대출 거절 많아질 수도”
보증기관이 보증비율을 내리면 금융사는 전세대출에 이전보다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기존 100%였던 전세대출 보증비율이 90%로 일원화되면 대출 부실시, 은행 입장에서는 나머지 10%를 회수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은행의 리스크가 커지는 셈이다.
은행권에서는 전세대출 금리가 올라가거나, 대출 거절이 더 많아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무래도 신용을 꼼꼼히 따지는 등 심사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면서 “또 더이상 100% 보증이 아니다 보니 대출 최대 한도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보증비율이 내려간다는 건 리스크가 높아진다는 뜻”이라며 “대출 한도가 축소되거나 대출이 거절되는 케이스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도 리스크가 반영돼 상향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역시 브리핑에서 시장 원칙 상, 전세대출 금리가 올라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인정한 바 있다.
보증기관 입장에서는 부담을 더는 효과가 있다. HUG의 경우, 보증사고와 대위변제 급증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올해 7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가까스로 급한 불을 껐다. HUG 관계자는 “전세대출에 대해 금융기관 리스크가 올라가고, 상대적으로 보증기관의 리스크는 조금 덜어질 것으로 본다”며 “(보증비율 변경은) 금융권에 공적 보증만 믿지 말고 심사를 더 열심히 하라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