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의 계속운전 제도를 활용할 시간이 탈원전 여파로 매우 부족해진 가운데, 불필요한 심사 절차를 줄이고 계속운전 기간을 늘려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1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원전 계속운전제도 적절한가? 정책세미나’에선 계속운전의 필요성 강조 및 실효성 제고를 위한 산·학·연·정 관계자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 28기 중 오는 2030년까지 최초 운전 허가가 만료되는 원전은 10기로, 이미 고리 2·3호기가 멈춘 상태이며 내년 말까지 5개 원전이 멈출 예정이다.
이에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 등 당국은 고리 2·3·4호기에 대한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하고, 한울 1·2호기, 한빛 1·2호기에 대한 안전성평가 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설계수명연장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지만, 심사기간만 평균 3년6개월이 소요되는 현재 절차 특성상 가동 중단은 현실화될 전망이다.
만약 이들 10기의 원전이 제때 가동되지 못하면 시설용량 기준 8.45GW(기가와트), 연간 전력생산량 약 6만3000GWh의 손실이 발생할 전망이다. 이는 서울시 한 해 전력소비량(약 4만8800GWh)의 1.3배 수준이다.
이날 ‘원전 계속운전 제도 현황 및 개선사항’에 대해 발표한 문주현 단국대학교 교수는 “40여 년을 운영해오며 설비개선을 거듭한 기존 원전이 신규 원전보다 높은 안전성을 갖고 있을 수 있는 데다, 신규 원전 건설 대비 설치기간 등 경제성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라며 “OECD/NEA(경제협력개발기구 산하 원자력기구)에서도 가동원전 계속운전을 가장 효과적인 탄소중립 이행수단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계속운전은 전 세계적으로도 보편화돼 있다. 2023년 6월 기준 전 세계 가동원전 410기의 57%가 계속운전 허가를 받고 운영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가동원전 93기 중 84기가 계속운전 중이거나 승인을 받은 상태다.
문 교수는 “우리나라의 계속운전 심사 기준은 IAEA(국제원자력기구)가 권고하는 주기적안전성평가와, 미국 운영허가 갱신기준인 주요기기수명평가·방사선환경영향평가를 추가해 적용하기 때문에 전 세계 국가 중에서도 엄격한 편”이라며 “여기에 운영변경허가 등 인허가 과정이 추가되고 설비개선 착수 과정까지 합치면, 현행 10년의 계속운전 기간을 온전히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은 계속운전 기간 자체도 20년으로 한국의 2배일 뿐만 아니라, 주기적안전성평가 없이 설계수명 임박 시 안전성·환경영향평가 등을 통해 심사 후 계속운전 여부를 결정한다. 공청회 필요 시 심사 기간은 30개월 내, 공청회 불필요 시 22개월 내 완료된다. 우리나라가 평균 42개월 소요되는 것과 크게 비교된다.
문 교수는 “월성1호기 설비개선 당시 압력관 교체에 약 7년이 소요된 점을 고려하면, 향후 노후원전의 계속운전 승인이 나더라도 설비개선 직후 계속운전 기간이 종료되는 아이러니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계속운전 신청기간을 설계수명기간 만료 20년 전부터 할 수 있게 변경하거나, 계속운전 기간 확대 및 계속운전 허가 이후부터 계속운전기간을 산정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참여한 김창현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안전연구소장은 “불필요한 원전 운전 정지기간은 계속운전의 경제성에 악영향을 주는 것”이라며 “원전 정지로 인한 부족 발전량을 타 발전원으로 대체하면 한국전력의 전력구입단가 상승으로 인한 전기요금 상승, 에너지 수입비용 증가, 온실가스 배출 증가 등 국가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박상덕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수석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루마니아 계속운전 설비개선 사업에 참여했지만 정작 국내에선 월성1호기 폐쇄 등 웃지 못할 상황에 놓여 있다”면서 “국내에서도 원전에 대한 바른 인식을 알리고, 계속운전의 당위성을 설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계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조정아 안전정책국장은 “최근 국회에서 계속운전 제도의 법적근거를 명확히 하는 내용의 원자력안전법 개정안을 발표했다”면서 “원안위는 하위법령을 착실히 마련해 국회에서 만들어주신 법안이 잘 시행되도록 준비하고, 또 계속운전 기간, 안전성평가 등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기 위해 한수원,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기관과 함께 지혜를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근 전력수요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고,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를 따라가는 데 있어 원자력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면서 “탈원전 여파로 22조원 이상의 손해를 봤고 앞으로 추가 비용까지 고려하면 48조원의 지출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하루빨리 수립하고 전력 송배전망을 확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