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공수처의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해오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 분위기가 더 고조됐다. 비방이 오가고, 경찰과 시민 간 작은 몸싸움도 있었다. 경찰은 더 큰 충돌에 대비해 보안과 경비태세를 강화한 상태다.
윤 대통령 탄핵찬반 집회가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에서 진행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한남동에만 1만9500명(신고 기준)이 집결했다. 이날 오후 7시 예정된 서울 종로구 송현동 집회 인원을 합산하면 약 3만명이 거리에 나올 예정이다.
영하날씨도 이들의 의지를 꺾질 못했다. 탄핵 찬성 진영은 냉골 바닥에 앉아 윤 대통령 체포와 김건희 여사 구속, 국민의힘 해체를 외쳤다.
현장에서 만난 이 모(75·구리시)씨는 “지금 민주주의가 너무 쉽게 무너지는 것 같다”며 “민주주의가 더 이상 말살되지 않도록 매일 집회에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보수(성향)이지만 그래도 민주당 편을 드는 이유는 일단 저쪽(국민의힘)의 도가 지나치기 때문”이라며 “둘 다 밉지만 덜 미운 사람을 찍으려는 것, 나라 덜 망치는 사람을 뽑아주려는 것이다”고 말했다.
수원에서 온 최 모 군(16)은 “오늘까지 집회에 네 번 나왔다”며 “내란 범죄자가 체포되지 않았는데 마음 편히 공부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매주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탄핵 반대 진영이) 빨갱이라고 욕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 우리는 평등을 위해 싸우고 있는 중”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떳떳하고 당당하면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이날 오후 1시부터 한 시간 조금 넘게 현장을 지켰다. 한노총이 다녀간 자리 옆엔 텐트농성이 진행 중이다. 시민단체 ‘시민권력 집회행동’은 전날(13일) 오후부터 노숙하며 윤 대통령 체포를 요구하고 있다.
탄핵 반대 진영은 찬성 진영 보다 규모가 컸다. 그들은 손수 준비해온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부정선거 등 기존 프레임을 앞세우며 비상계엄 타당성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과 탄핵 찬성 집단을 종북 반국가세력이라며 싸잡아 욕했다. 또한 언론과 법원을 가리켜 ‘빨갱이’라고도 했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 당협위원들이 윤 대통령 체포를 막기 위해 관저 앞을 지켰다.
대학생 김 모(24·경기도)씨는 “더불어민주당 행보가 제가 생각하는 것과 맞지 않아 집회에 참석했고 앞으로도 참석할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곧 체포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현 상황을 보면 탄핵 반대(기각)될 확률도 높고 탄핵이 실현될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남동 관저에서 칩거 중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이 2차례 발부됐지만 윤 대통령은 수사기관 조사요구에 계속 불응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야권은 발의한 내란특검법에 이른바 ‘외환죄’ 혐의를 덧씌웠다. 북한의 공격 유도 등을 통해 전쟁 또는 무력 충돌을 일으키려한 ‘외환 유치’ 행위를 추가한 것.
야당은 다만 국힘 반발을 의식해 ‘비상계엄 관련’ 사안으로 수사 범위를 제한 했다. 수정 법안은 이르면 오는 16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김성완 정치평론가는 “외환혐의와 관련한 부분을 다투기보다 계엄진실을 규명하는 차원에서 (내란특검법에) 외환혐의 추가하는 건 불가피하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주 체포되면 지금처럼 민주당, 국힘 지지율이 비슷한 상황까지 나오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보수는 음모론 희생자인 것 마냥 행동하는데 자신들의 행동을 끊임없이 정당화하고 계속해서 피해자라고 주장할 것”이라며 “음모론을 끊임없이 생산하면서 국정을 계속 흔들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수사기관은 이르면 내일 오전 윤 대통령 2차 체포 영장을 집행할 방침이다. 중앙일보는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서울과 인천, 경기남부‧경기북부 4곳 수도권 경찰청 광역수사단 등에 이날 오후 4시 동원 대상 소집 및 준비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국수본은 아울러 김성훈 경호처 차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수본은 15일 윤 대통령 체포 시도와 동시에 김 차장에 대한 신병확보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