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열린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한국을 글로벌 AI 공급망의 주요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담은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이를 “인공지능 시대를 이끄는 대체 불가한 선도자로 도약하겠다는 국가적인 출사표”라고 설명했다.
이튿날에는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6곳의 관계자들을 만나 국내 투자를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는 국민연금과 현지 벤처캐피털 간 양해각서(MOU)도 체결됐다.
남미에서는 핵심광물 공급망과 산업 협력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이 대통령은 27일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핵심광물의 탐사와 개발, 가공과 재활용을 아우르는 전(全) 주기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항공우주와 방산, 바이오·보건 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오는 30일과 31일 각각 열리는 칠레·아르헨티나 정상회담에서도 리튬 등 핵심광물 협력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미국의 첨단기술·투자 기반과 남미의 광물자원을 하나의 순방 일정 안에서 연결한 구성이 이번 경제외교의 특징이다.
이전 정부의 자원 외교가 해외 광산 지분과 개발권 확보에 무게를 뒀다면, 이번 순방 일정은 미국의 첨단기술·자본과 남미의 핵심자원을 연결하는 구성으로 짜였다. 특정국에 대한 자원 의존도를 낮추고 한국 산업과 남미 자원의 연계 가능성을 넓히려는 행보다.
이 대통령은 브라질에서 항공우주와 방산 분야의 협력 가능성도 살폈다. 브라질리아에 도착한 26일에는 올해 말 한국 공군에 인도될 엠브라에르 C-390 수송기를 시찰했다. 기체 내부를 둘러보며 제조사 관계자에게 비행 가능 시간과 공중급유 기능 등을 물었다.
27일 한·브라질 정상회담에서는 우주협력 방안도 논의됐다. 룰라 대통령은 오는 9월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예정된 양국 공동 발사에 이 대통령이 참석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직접 참석하기 어렵다면 영상으로라도 발사 과정을 확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두 정상은 노동자 출신이라는 공통점도 부각했다. 어린 시절 노동 현장에서 일했던 경험을 공유한 두 사람은 회담 과정에서 포옹하고 팔짱을 끼는 등 친밀한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서 직접 수출과 투자 유치에 나서는 세일즈 외교는 역대 정부에서도 이어져 왔다.
김영삼 정부는 199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경제외교를 본격화했다. 이후 인도와 싱가포르 등을 방문하며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했다.
이명박 정부는 해외 자원 확보와 원전·대형 인프라 수주에 집중했다. 박근혜 정부는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중동 등 신흥시장 진출에 힘을 실었다.
문재인 정부는 신남방·신북방정책을 통해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고 방산 협력을 확대했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을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 내세워 원전과 방산, 인프라 수주 성과를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 역시 정상외교를 통해 기업의 해외 진출과 투자 유치를 지원한다는 점에서는 이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이번 순방에서는 국가별 산업적 강점에 따라 협력 분야를 구체적으로 나눈 점이 두드러졌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경제안보 시대에는 경제적 우군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며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남미 자원 부국과의 협력은 우리나라의 공급망 확충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한 성균관대 글로벌경제학과 교수는 “방문 지역과 한국 경제의 상호 보완 관계를 파악해 시너지 효과가 큰 분야에 무게를 둔 접근”이라며 “샌프란시스코와 브라질에서 AI와 공급망 협력을 전면에 내세운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브라질 등 중견국을 상대로 예측 가능한 국제무역질서의 회복을 강조한 점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 교수는 “세계무역기구를 중심으로 예측 가능하고 투명한 국제무역질서를 회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브라질과 같은 국가에 제시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이번 순방을 정부 대외경제 전략의 근본적인 전환으로 해석하는 데는 선을 그었다. 방문국의 산업적 특성과 한국의 필요에 맞춰 협력 분야를 선택한 것이지, 기존 세일즈 외교의 방향 자체가 달라진 것은 아니라고 봤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