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은 29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정동 금속노조 사무실에서 고(故) 김승모(28·남)씨의 사고원인 조사 결과 및 유가족 입장 발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김씨의 유가족과 금속노조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앞서 김씨는 지난 22일 경기 평택시 HL만도 평택공장에서 MCT 12호기를 유지·보수 하던 중 기계가 시험 가동되면서 끼임 사고로 숨졌다.
이날 간담회는 고인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됐다. 유가족은 간담회 내내 고개를 숙인 채 금속노조가 배포한 ‘김씨 사망 사고 조사서’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언론 노출을 줄곧 고사했던 김씨의 유가족은 고인이 숨진 지 7일째가 된 이날 처음으로 공개 발언에 나섰다. 직접 마이크를 잡게 된 이유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유가족 측이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밝힌 만큼 고인의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 직접 입장을 밝히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김씨의 아버지는 “흰 천을 걷고 아들을 만졌는데 실감이 나지 않았다”며 “그러나 사고 현장을 확인하고 나서 분노와 슬픔이 밀려왔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의 사고가 이대로 묻히면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할 것”이라며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이 열악한 작업 환경이 바뀌는 것을 직접 확인하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김씨의 어머니 역시 “조금만 더 안전한 환경이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라며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열악한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진상규명이 이뤄질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또 노조는 이번 사고가 2016년 같은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와도 구조적으로 닮아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에도 기계 내부 작업자를 확인하지 않은 채 설비가 가동돼 노동자가 크게 다쳤고 이후 제기된 안전장치 개선 요구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지·보수 작업 시 설비를 멈추도록 하는 안전장치(인터록)가 현장에서 무력화된 채 사용됐다는 현장 증언도 나왔다.
사고 이후 회사의 대응을 둘러싼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정상만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고용노동부가 해당 설비에 중대재해 시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음에도 회사가 기계 내부 부품을 빼내도록 지시해 사고 현장을 훼손하려 했다”며 “젊은 청춘의 혈흔이 남아있는 현장에 작업자들을 시켜서 부품을 빼내려 한 것이다. 이건 만행”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원청 관리자가 노동당국 조사에 앞서 안전장치에 묶여 있던 케이블타이를 풀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노조는 원·하청 간 불법파견 의혹도 제기했다. 고인이 소속된 하청업체 피아로딕스는 만도 출신 관리자가 설립한 업체로 원청인 HL만도와 공식 도급계약을 맺지 않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피아로딕스 노동자들이 원청의 직접 지시를 받아 상시·지속 업무를 수행한 만큼 불법파견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날 유가족과 금속노조는 △HL만도 조성현 대표이사의 공개사과 △사고조사단 구성 및 재발 방지 대책 수립 △유족에 대한 HL만도의 책임있는 배상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법 위반사항에 대한 철저한 수사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원청업체인 HL만도 측의 책임 있는 조치가 나올 때까지 장례를 무기한 연기하겠다는 입장이다.
HL만도 측은 “여러 정황에 대해서는 확인 중”이라며 “관계 기관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유정민 기자 yu@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