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이 제약·바이오 기업의 공시 체계를 투자자 중심으로 전면 손질한다. 앞으로는 ‘꿈의 신약’과 같은 추상적인 표현 대신 임상 성공 확률과 허가 리스크, 개발 비용 등 객관적인 수치를 중심으로 기업가치를 설명해야 한다. 기술이전 계약도 계약금과 마일스톤을 구분해 공개하도록 해 투자자가 실제 계약 내용을 보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30일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약·바이오 공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지난 4월부터 외부 자문위원과 업계가 참여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IPO 증권신고서와 정기·수시공시, 언론보도 전반을 점검한 뒤 개선안을 마련했다. 최근 임상시험 결과나 기술이전 계약 규모가 과도하게 해석되거나 공시와 언론보도 내용이 달라 투자자 혼란을 키운 사례가 반복된 점을 고려했다.
실제 올해 삼천당제약은 공시 불이행으로 한국거래소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받으면서 제약·바이오 기업의 공시 신뢰성과 정보 제공 방식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기술이전과 신약 개발 기대감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업종 특성상 계약 진행 상황과 임상 결과 등이 시장에서 과도하게 해석되거나 언론보도가 공시보다 앞서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가장 큰 변화는 IPO 공모가 산정 방식이다. 앞으로 제약·바이오 기업은 △예상 시장 규모 △임상 성공 확률 △허가·심사 리스크 △개발 기간 및 소요 비용 등 4가지 핵심 가정을 표준화된 방식으로 기재해야 한다. 특히 시장 규모는 전체 시장과 실제 목표 시장을 구분하고, 임상 성공 확률은 논문이나 통계 등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제시해야 한다. 허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와 개발에 필요한 자금 조달 계획도 함께 공개해야 한다.

정기공시에는 ‘연구개발 이력관리 총괄표’도 새롭게 도입된다. 현재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뿐 아니라 개발 중단과 기술이전, 품목허가, 판매 등 과거 이력을 모두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최초 계획보다 개발 일정이 늦어질 경우 그 이유와 향후 계획도 함께 기재하도록 했다. 수시공시 역시 임상시험 결과에 대한 전문용어 해설을 추가하는 등 일반 투자자의 이해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된다.
언론보도 가이드라인도 처음 마련된다.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정보는 반드시 공시를 통해 먼저 공개해야 하며, 언론보도는 공시 내용과 일치해야 한다. 공시에 없는 중요 정보를 추가하거나 과장된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제한된다. 특정 투자자에게만 정보를 먼저 제공하는 행위 역시 금지 대상이다.
금감원은 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할 대표적인 표현도 함께 제시했다. ‘꿈의’, ‘기적의’ 등 과장된 표현만으로 투자 판단을 해서는 안 되며, 실제 공시에서 임상시험 결과와 허가 리스크, 계약금과 마일스톤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개선안이 최근 삼천당제약 사례뿐 아니라 과거 코오롱티슈진 사태 이후 꾸준히 제기된 제약·바이오 업계의 공시 신뢰성 강화 요구를 제도화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연구개발 과정의 불확실성이 큰 산업 특성을 고려해 기업이 장밋빛 전망보다 객관적인 근거와 위험 요인을 함께 제시하도록 유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금감원은 “이번 개선방안은 ‘기업이 말하는 공시’를 ‘투자자가 이해하는 공시’로 바꾸는 첫걸음”이라며 “공시와 언론보도의 일관성을 높여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투자자가 기업의 성장 가능성과 위험 요인을 균형 있게 판단할 수 있도록 공시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