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 ‘오디세이’가 한국을 찾았다. ‘오디세이’ 수장이자 영화계 거장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내한은 처음이다. 놀란 감독은 3일 서울 당주동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영화 ‘오디세이’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이 이야기를 모르는 한국 관객분들도 계시겠지만 최대한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영화를 경험해 주시고 재밌게 보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전작 ‘인터스텔라’(2014)가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는 이번 한국 방문과 무관하지 않다. 놀란 감독은 “어떤 영화를 만들었을 때 다른 국가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건 신기하고 기분 좋은 일이다. 꼭 그 나라에 가보고 싶게 한다”며 “‘테넷’ 때도 오려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오지 못했다. 드디어 오게 됐다”고 감격했다.
동석한 맷 데이먼은 영화 ‘제이슨 본’ 이후 10년 만에 한국 땅을 밟았다. 입국하자마자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를 직관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키움 히어로즈 내야수 맷 데이비슨의 에이전트를 통해 성사된 자리였다. 그는 “한국 야구가 재밌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꼭 보고 싶었다”며 “두 팀이 응원하는데 에너지가 정말 대단하더라. 미국과는 방식이 달라서 흥미로웠다”고 전했다.
샤를리즈 테론은 공식적으로는 첫 번째 내한이지만 최근에도 한국 여행을 즐겼다고 했다. 그는 “몇 달 전 딸과 한국에 놀러 왔었다”며 “한국은 공항에 내리자마자 에너지가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나라다. 서울은 너무 아름답고 문화가 풍성한 곳이다. 한국 문화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완벽한 현장’에서 탄생한 ‘완벽한 영화’
5일 국내 개봉하는 ‘오디세이’는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 오디세우스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신들의 분노에 맞서 싸우는 대서사시다. 지난달 27일 오전 7시 기준 2주 연속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수성했고, 전 세계 흥행 수익 6억3960만달러(한화 약 9352억2312만원)를 넘어섰다. 또한 로튼 토마토 팝콘지수 97%, 시네마스코어 A등급 등을 기록하며 수작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신드롬의 중심에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있다. 놀란 감독과 세 번째 작업하게 된 맷 데이먼, 처음 협업한 샤를리즈 테론 모두 만족감을 내비쳤다. 이들은 극중 트로이 전쟁 영웅 오디세우스 역, 바다의 여신 칼립소 역을 각각 맡았다.
맷 데이먼은 “희망했던 모든 것”, “제가 바랐던 그 어떤 것보다 위대한 경험” 등 표현으로 놀란 감독의 현장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이곳에 있고 싶어서 있구나’라고 확신한 것은 처음이었다. 영화에 삶을 헌신하는 사람들과 땀을 흘리면서 촬영한다는 건 즐거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샤를리즈 테론은 “스케일이 장대한데 감독님께서 독립영화를 찍는 것처럼 친밀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셔서 좋았다. 그럼에도 모든 것이 체계적이었다. 대본을 굉장히 상세히 짜주셔서 따라가기만 하면 됐다. 이런 경험을 하다니 운이 좋았다”고 돌아봤다.
다만 맷 데이먼은 칭찬에 인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게 섭섭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완벽하다(Perfect)는 말을 못 들어봤다”고 운을 뗀 그는 “젠데이아에게는 완벽하다고 하셨다. 톰 홀랜드도 있었는데 우리는 못 들었다고 농담했었다. 언젠가 저도 들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에 “맷 데이먼의 이슈”라고 선을 긋고 나선 샤를리즈 테론은 “저는 완벽하다는 말을 못 들은 것을 몰랐을 정도로 즐겁게 촬영했다. 맷은 그 말이 꼭 필요했나 보다. 앞으로 잘하길 바라겠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놀란 감독은 “샤를리즈 테론이 ‘완벽한’ 대답을 해줬다”며 “맷은 나쁘지 않았다. 저는 영국인이다. 낫 배드(Not bad)는 꽤 좋은 칭찬”이라고 해명했다.

왜 ‘오디세이’를 극장에서 봐야 할까
‘오디세이’는 블록버스터다. 영화 역사상 최초 전체 분량을 아이맥스 필름 포맷으로 촬영했고, 그리스·이탈리아·아이슬란드·스코틀랜드·미국 등 세계 곳곳 로케이션을 담아내며 CG(컴퓨터그래픽) 의존도를 낮췄다. 이러한 측면에서 극장에서 꼭 봐야 할 이유가 있는 영화다.
엠마 토마스 프로듀서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늘 새로운 걸 하려고 하고 자신의 모멘텀이나 기회를 잘 활용해서 최대한 다음 작품으로 이어가려고 한다”며 “‘오디세이’가 유독 특별한 이유다. 단순히 이야기를 각색해서 영상화한 것이 아니다. 역대 최고 제작비에 가장 큰 규모로 만든 게 놀랍다”고 밝혔다.
이 같은 맥락에서 맷 데이먼은 영화 7편을 동시에 찍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로케이션마다 힘들었고 챕터마다 이야기가 있었다. 전 로케이션에서 필요했던 스킬은 다음 로케이션에서 쓸 수 없었다”면서도 “영화 12편 이상을 찍는 것 같아도 된다. 감독님의 작품이라면 당연히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영화를 ‘개인적인 경험이자 집단적인 경험’이라고 했다. ‘오디세이’는 이러한 경험이 갖는 힘을 압도적인 스케일로 극대화한 작품이다.
놀란 감독은 “극장은 카메라의 일인칭 시점으로 영화를 보면서도 같이 있는 관객들과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곳이다. 정말 색다르고 독보적인 매체”라고 부연했다. 이어 “오디세우스의 여정에 초대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같이 배에 탑승해서 갑판에 오르고 산을 타고 키클롭스의 동굴에 들어간 것처럼 이 여정을 스크린으로 같이 체험하시면 좋겠다”고 바랐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관객의 몫으로 남겼다. 집단적 체험으로 관객간 대화가 확장되고 영화의 곁가지가 자유롭게 뻗어나가기를 소망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관객분이 자연스럽게 원하는 답을 떠올리시는 것을 권장한다”고 귀띔했다. 맷 데이먼은 “원작인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처럼 본인이 어느 지점에 있는지에 따라 울림이 다르다. 다양한 주제가 풍부하게 녹아 있어서 다양한 지점에서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보탰다. 샤를리즈 테론은 “좋은 대화를 촉발하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