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주가 누르기 방지법’을 담은 상속·증여세 개편안을 내놓은 가운데 실제 영향을 받는 기업은 시장이 우려했던 것보다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당초 시장에서는 저PBR 기업 약 740곳이 규제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정부안 기준을 적용하면 대상 기업은 100여 곳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산됐다. 증권가에서는 기업 부담은 다소 완화됐지만 적극적인 기업가치 제고를 유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5일 정다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안은 기존 시장에서 예상했던 일률적인 저PBR 규제보다 유연한 형태로 수정됐다”며 “주가를 제고할 만한 유인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PBR 0.8배 미만 기업의 상장주식을 자산가치·수익가치 기준으로 평가하고, 비상장주식처럼 순자산가치의 80%를 하한으로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하지만 정부안은 최근 13반기 가운데 12반기 이상 업종 내 저PBR 기업에 해당하면서 최근 1년간 중복상장이나 교환사채 발행 등 주주가치에 부정적인 자본거래가 있었던 기업을 우선 추정 대상으로 삼고, 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적용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최종적으로 ‘주가 누르기’ 기업으로 판단되면 상장주식 평가기간을 최대 6.5년까지 확대하고 상속·증여세 산정 시 최소 30%를 할증 평가한다. 기존에 거론됐던 자산가치 평가 방식과 최대주주 상속·증여세 20% 할증 폐지는 이번 정부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실제 적용 대상도 예상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6년간 12반기 연속 저PBR 기준을 충족한 기업은 코스피 72개, 코스닥 33개 등 총 105개다. 11반기 이상으로 범위를 넓혀도 코스피 91개, 코스닥 58개 수준이다. 이는 기존 PBR 0.8배 미만 기업이 약 740개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상 기업 수가 크게 감소한 것이다. 이 가운데 최대주주가 개인인 기업은 89개에 불과했다는 설명이다.
정다솜 연구원은 “거래소의 저PBR 기준을 반영해 정책 일관성을 높이고 국세청 심의 절차를 통해 기업에 소명 기회를 부여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진단이다.
그는 “정부안은 인위적으로 주가를 낮게 유지하려는 유인을 줄이는 데는 기여할 수 있지만, 적극적인 기업설명회(IR)와 주주환원, 효율적인 자본배분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도록 만드는 유인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오히려 단기적인 주가관리만 유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개선하지 않더라도 저PBR 평가 기준이 적용되는 시점에만 일시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어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 활동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정 연구원은 “세제개편안은 오는 12월 국회 본회의 통과 전까지 수정될 수 있는 만큼 주주가치 훼손 행위의 범위와 국세청 심의 기준 등 세부 내용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