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8일 (6)
[금진호의 AI, 사람을 향하다] AI는 부모를 대신할 수 있을까, 아니면 부모를 더 부모답게 만들까?

[금진호의 AI, 사람을 향하다] AI는 부모를 대신할 수 있을까, 아니면 부모를 더 부모답게 만들까?

금진호 목원대학교 겸임교수/인간 중심 AI 저자

승인 2026-08-05 09:3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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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진호 목원대학교 겸임교수/인간 중심 AI 저자
금진호 목원대학교 겸임교수/인간 중심 AI 저자

오랜만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한국의 출산율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는 뉴스다. 오랫동안 우리는 "세계 최저 출산율"이라는 무거운 수식어를 들으며 살아왔다.

아이 울음소리가 줄어드는 사회, 문을 닫는 어린이집과 학교, 지역에서 사라지는 인구감소…. 출산율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한 사회의 미래를 보여주는 거울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작은 변화일지라도 많은 사람들은 희망을 이야기한다. 혹시 다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늘어나는 사회가 오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지금의 출산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시대를 만나고 있다. 바로 AI다.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은 AI를 배우며 살아가는 세대가 아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AI와 함께 살아가는 첫 세대가 된다. 그 아이들이 부모가 되는 세상은 지금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달라져 있을지도 모른다.

인류는 오랫동안 아이를 키우기 위해 수많은 도구를 만들어 왔다. 젖병과 유모차, 체온계와 이유식 기계, 스마트워치와 육아 앱까지. 기술은 언제나 부모를 조금 더 편하게 만들기 위해 발전해 왔다.

하지만 AI는 이전의 모든 기술과 다르다. 도구는 부모가 사용할 때만 움직였다. 그러나 AI는 부모보다 먼저 아이를 살핀다. 아기가 평소보다 울음소리가 다르면 원인을 분석하고, 수면 패턴을 기록하며, 체온과 호흡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이유식을 먹는 양과 성장 속도를 비교하고, 예방접종 일정까지 스스로 관리해 준다. 밤새 아이를 돌보다 지친 부모에게는 아기의 수면 상태를 모니터링 해 준다. 육아의 부담은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다.

교육도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같은 교과서를 보고 같은 속도로 공부했다. 하지만 AI는 아이 한 명, 한 명의 성향을 이해하고 지원한다. 어떤 아이는 그림으로 배울 때 더 잘 이해하고, 어떤 아이는 이야기로 설명해야 집중한다.

AI는 아이의 호기심과 학습 속도를 분석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교과서를 만들어 줄 수 있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교육이 아니라, 한 아이의 가능성을 키우는 교육이 가능해질지도 모른다. 부모는 성적표보다 아이의 성장 과정을 더 자주 보게 될 것이다.

병원도 달라질 것이다. 아이가 열이 나기 시작하면 AI가 먼저 변화를 감지한다. 평소보다 호흡이 빨라졌는지, 맥박이 달라졌는지, 식사량이 줄었는지를 분석해 부모에게 알려준다. 응급상황에서는 병원보다 먼저 AI가 위험을 감지할 수도 있다.

예방 중심의 의료가 지금보다 훨씬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부모는 병원에 가기 전에 AI와 먼저 상담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에서 중요한 질문이 하나 생긴다. AI가 육아를 너무 잘하게 된다면 부모는 무엇을 하게 될까. 기저귀를 갈아주고, 이유식을 만들고, 공부를 도와주고, 건강까지 관리한다면 부모의 역할은 점점 줄어드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Gemini로 생성한 이미지.
Gemini로 생성한 이미지.

그러나 엄마가 아이를 안았을 때 함께 느끼는 체온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AI는 가장 좋은 교육 방법을 추천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가 실패했을 때 "괜찮아, 다시 해 보자" 라고 말하며 함께 웃어 주지는 못한다. 육아는 아이를 키우는 과정인 동시에 부모도 함께 성장하는 시간이다. 밤잠을 설쳐 보고, 서툰 도시락을 싸 보고, 아이의 첫걸음에 눈물을 흘려 보는 경험은 부모를 부모답게 만든다.

AI는 그 과정을 도와줄 수는 있어도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 어쩌면 AI 시대에는 출산을 망설이던 이유 중 일부가 줄어들지도 모른다. 육아 정보는 언제든 얻을 수 있고, 아이의 건강도 더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으며, 맞춤형 교육도 가능해질 것이다. 경제적·시간적 부담이 완화된다면 아이를 낳는 결정도 지금보다 조금은 가벼워질 수 있다. 하지만 출산은 결국 계산만으로 이루어지는 선택이 아니다.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한 생명을 책임지겠다는 약속이고, 미래를 믿겠다는 용기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그 결심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나는 오히려 AI 시대일수록 부모의 역할은 더 소중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이 아이를 더 똑똑하게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사람답게 만드는 것은 부모의 사랑이다.

우리는 AI로 인해 반복적인 일에 쏟던 시간을 조금 더 줄일 수 있다. 그렇게 남겨진 시간으로 아이와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이야기하고, 더 많이 손을 잡을 수 있다면 AI는 부모를 대신하는 기술이 아니라 부모를 더 부모답게 만드는 기술이 될 것이다.

출산율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는 소식은 단지 아이가 더 많이 태어난다는 의미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다시 미래를 꿈꾸기 시작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AI는 그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갈 중요한 동반자가 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변하지 않을 것이 하나 있다. 한 아이의 인생을 바꾸는 것은 가장 똑똑한 알고리즘이 아니라, 자신을 끝까지 믿어주는 부모의 눈빛이라는 사실이다.

어쩌면 AI 시대에도 아이들이 가장 오래 기억하는 것은 최신 기술이 아니라, 잠들기 전 엄마와 아빠가 들려준 이야기와 따뜻하게 잡아 주던 손의 온기일 것이다.

홍석원 기자 001hong@kukinews.com
홍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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