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그룹은 지난 2018년 보유하고 있던 KAI 지분 5.99%를 전량 처분한 이후 약 7년 만인 올해 다시 KAI 주식 매입에 나섰다. 지난 5월 한화그룹의 KAI 지분이 5%를 넘어서면서 주식 보유 목적은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됐다.
이후 한화그룹의 지분 확대는 빠르게 진행됐다. 지난 6월 16일 기준 KAI 지분율은 9.04%로 올라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에 이어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이어 7월 24일 기준 보유 주식 수는 1427만 3300주, 지분율은 14.64%까지 늘어났다.
상장회사 주식 15% 이상 취득 시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신고 대상이 된다. 한화그룹은 해당 기준까지 0.36%포인트만 남겨둔 상태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7월 8일 이사회를 통해 연말까지 최대 5000억 원 규모의 KAI 주식 장내 매수를 추진하기로 했다. 추가 매입이 이뤄질 경우 한화그룹의 KAI 지분율은 15%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KAI 노동조합은 한화의 지분 확대 움직임을 단순 투자 차원이 아닌 KAI에 대한 영향력 확대 및 인수 시도로 규정하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
노조는 지난 5월 KAI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에 공개질의서를 전달하고 한화의 지분 확대 과정과 KAI 독립경영 보장 방안 등에 대한 입장을 요구했다.
이어 7월 국회를 방문해 국방위원회 및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면담을 진행하고, 한화의 KAI 영향력 확대가 국내 방위산업 생태계와 국가 항공우주산업에 미칠 영향을 설명했다.
지난 7월 29일에는 사천시민참여연대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한화의 KAI 인수 움직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정부가 KAI 경영권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국가 항공우주산업의 장기 발전 전략과 KAI의 공공성·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특히 한화그룹이 항공기 엔진과 항공전자·레이더 등 핵심 부품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KAI 경영에 영향력을 확대할 경우 계열사 중심의 부품 조달과 경쟁 제한, 기술 및 사업정보 공유 등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한화의 KAI 지분 확대 논란 속에서 대전사업장 폭발사고에 대한 책임 규명 요구도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1일 오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56동 세척동에서 폭발과 화재가 발생해 노동자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당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사업장 책임자 역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사고 관련자 3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사고 원인과 안전관리 체계 전반을 조사하고 있다.
노조는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한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라며 "안전 문제 해결 없이 국가 항공우주산업 핵심 기업 경영 참여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내 조립해 KAI에 납품한 소형무장헬기(LAH) ‘미르온’ 엔진에서도 품질 문제가 제기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자료 등에 따르면 납품된 엔진 57대 가운데 47대에서 부식이 발견됐고, 38대에서는 균열이 확인됐다. 해당 엔진이 장착된 항공기 15대는 비행이 중단됐다.
해당 엔진은 프랑스 사프란이 원천 설계를 담당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내 조립과 납품을 맡은 제품으로, 현재 결함 원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한화의 엔진 문제로 항공기 납품 일정과 전력화 계획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KAI와 방위사업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조는 "안전관리 문제로 다섯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고, 납품 항공기 엔진에서는 부식과 균열 문제가 발생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지분 확대에 속도를 내는 것은 국민과 노동자의 우려를 키우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화가 우선해야 할 것은 KAI 인수가 아니라 폭발사고의 원인 규명과 엔진 품질 문제 해결"이라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안전관리와 품질 개선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KAI노조는 앞으로 한화그룹의 지분 매입 상황과 기업결합 신고 여부를 면밀히 확인하고,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회, 정부 관계 부처에 엄정한 검토를 요구할 계획이다. 또한 지역 시민사회 및 노동계와 연대를 확대해 KAI의 독립경영과 국가 항공우주산업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대응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사천=강연만 기자 kk77@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