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연평도 도발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는 북한에 비밀 해저 핵시설과 제3의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됐다.
북한에 비밀 해저핵시설이 있다는 사실을 중국이 2008년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저핵시설은 일반적으로 파괴력이 우라늄 핵폭탄의 100배 이상인 수소폭탄 실험을 위한 것이다.
인터넷 내부고발 사이트 위키리크스는 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미국의 중국 상하이 영사관 비밀 외교전문(電文)을 공개했다.
2008년 9월 26일에 작성된 이 전문에 따르면, 중국 정부 내부 소식에 정통한 북한 전문가는 크리스토퍼 비드 당시 미 영사관 정무관에게 “(2008년 5월) 북한의 핵시설 신고는 충분하지 못했다”며 “북한의 바닷가 인근에 비밀 해저핵시설이 있다는 중대 정보를 중국 정부가 입수했다”고 밝혔다.
전문이 작성된 2008년 9월은 북한이 6자회담의 2단계 비핵화 합의를 파기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시설 자진신고를 철회한 뒤 감시단을 철수시키던 시점이었다. 해저핵시설은 북한의 IAEA 신고 내용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비드 정무관과 만난 이 전문가는 북한의 해저핵시설 때문에 “중국 지도부 내에서도 논쟁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전문에 따르면, 중국 정부 내 온건파는 미국이 좀 더 유연한 자세로 북한과 협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반면 북한이 IAEA에 해저핵시설을 숨긴 것은 결국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다름없다는 점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라고 비난한 강경파도 있었다. 강경파는 미국이 오히려 북한을 강하게 압박해야 비핵화 협상이 최종 타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 내용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지난달 공개한 영변의 우라늄 농축 원심분리기 1000여기 외에 또 다른 비밀 핵시설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북한이 그전까지 신고한 핵시설은 중수로와 플루토늄 농축 시설로 비교적 규모가 커 인공위성으로 식별이 가능한 것들이었다. 이 같은 북한의 해저핵시설에 대해 한국 정부 당국자는 “그런 사실은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기존의 영변 핵 시설이 아닌 또 다른 우라늄 핵 농축시설을 건설했다는 의혹이 미국 고위 외교관에 의해 제기됐다.
한편 독일 dpa통신은 2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에 참석한 글린 데이비스 IAEA 주제대사의 발언을 인용, 이같이 보도했다.
데이비스 대사는 이날 IAEA 이사회에 참석,"북한이 2009년 4월 훨씬 이전부터 우라늄 농축작업을 해왔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최근 공개한 우라늄 농축시설 말고도 그 옆에서 추가로 우라늄 농축시설을 건설한 것으로 (우리는)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방북한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 등 미국 핵전문가 2명에게 영변에 있는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여주고 농축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데이비스 대사는 북한이 또 다른 우라늄 농축시설을 설치했을 개연성의 근거로서 관련시설의 규모에 대한 평가와 해외에서 장비를 구매하는 시도한 증거를 들었다.
그는 북한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일정이 실제로 더 길다면 "북한이 영내에 다른 우라늄 농축 관련 시설을 건설했을 가능성이 확실히 높다"고 지적했다.
그간 북한은 2차례 실시한 핵실험에서는 플루토늄을 사용했다.
아마노 유키야(天野之) IAEA 사무총장도 이날 IAEA 이사회에서 북한의 새로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대한 보도를 접했다며 이는 북한의 경수로 건설만큼이나 "심각하게 우려되는 문제"라며 밝혔다.
북한은 이번 주 초에도 관영매체를 통해 수천 대의 원심분리기를 가동 중이라고 천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지방 엄기영 기자 fattykim@kmib.co.kr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