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통 서기국장, 실제 직급 두고 논란 여지

조평통 서기국장, 실제 직급 두고 논란 여지

기사승인 2013-06-11 21:50:01

[쿠키 정치] 북측이 11일 남북당국회담의 수석대표로 통보해온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국장은 조평통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인사다. 하지만 조평통은 위원장과 복수의 부위원장이 있고 그 아래에 국장이 여럿 있어 강 국장은 우리 정부의 국장급 정도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정부 내에 많다. 통일부 당국자는 “조평통 서기국 국장이라는 직위는 권한과 책임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장관급에는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조평통은 현재 위원장이 공석으로 있고, 부위원장이 여러 명 있으며 국장은 직책상 그 하위 직급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북한의 대남업무를 통일전선부가 책임지고 있고 김양건 통전부장이 남한의 대북업무 최고책임자인 통일부장관의 파트너라고 인식해왔다. 북한 노동당의 대남기구인 조평통의 경우도 위원장이나 부위원장 정도가 우리 측 장관과 격이 비슷하다는 판단이다. 때문에 북측이 수석대표로 강 국장을 내보내고, 우리가 통일부차관을 내보낸 것은 판을 깰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2007년에 평양에 가보니까 내각책임참사가 당시 안경호 조평통 서기국장에게 보고를 하는데 매우 조심스러워하더라”라고 밝히는 등 서기국장의 위상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높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번 당국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에서 북측 김성혜 단장은 남측의 통일부 장관과 대화할 파트너로 조평통 서기국장급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또 일각에서는 과거 내각책임참사가 장관급 회담에 나설 때 서기국 국장보다 직급이 낮은 부국장을 대동하고 나오는 경우가 많아 내각책임참사가 서기국장 정도에 해당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과거 사회주의 국가에서 국가원수를 ‘당 서기장’으로 호칭한 것처럼, 사회주의권에서는 서기국의 실질적인 위상이 조직 내 형식적인 직급보다 더 높다는 평가도 있다. 이 경우 서기국 국장은 조평통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직위에 해당할 수도 있다.

실무회담에서도 이 문제로 남북 양측이 맞섰듯이, 양측의 직위와 직급이 1대1로 맞춤하거나 직위 체계가 대등하게 비교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따라서 “북한이 기선제압을 위해 하위직급자를 보내고 장관급이 나와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는 식으로만 해석하기는 섣부른 면이 있다. 다만 우리 측에서 이미 조평통 서기국장은 남측 기준으로 장관급이라 볼 수 없다는 점을 이미 알렸는데도 강지영 국장을 수석대표로 알려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한쪽의 입장 변화가 없이는 빠른 시일 안에 대화가 재개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1956년생인 강 국장은 김책공대를 졸업한 뒤 지금까지 꾸준히 대남 업무에 관여해온 해온 인사다. 대학 재학 시절인 1988년에 평양에서 열린 남북학생회담의 북측 준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이후 학생 및 종교 관련 통일 행사에 지속적으로 멤버로 활동했다. 2002년에는 조선가톨릭협회 중앙위 부위원장을 지냈다.

강 국장은 2004년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남북 및 해외공동행사 북측 준비위원을 맡았다. 2010년에는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북측본부 의장을 역임했고, 2011년 10월에 조평통 서기국장에 임명됐다. 고(故)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 관련 행사가 열릴 때 북한을 방문하는 해외동포대표단을 자주 영접하거나 연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사진=2006년 4월 북한을 방문한 남측 가톨릭 대표단을 만나고 있는 강지영 당시 북한 조선가톨릭교협회 강지영 부위원장(왼쪽))

국민일보 쿠키뉴스 손병호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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