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이란 대선은 우리와 무슨 상관일까

[친절한 쿡기자] 이란 대선은 우리와 무슨 상관일까

기사승인 2013-06-19 14:49:00

[쿠키 지구촌 Q&A] 대이변이라는 이란의 대통령 선거, 한반도에도 영향이 있을까요? Q&A로 풀어봅니다.

Q. 이란 대선 결과는?

지난 16일 개표를 마친 선거에서 중도온건파로 꼽히는 하산 로하니가 당선됐습니다. 이란은 1차 선거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다시 결선투표를 하는 식으로 선거를 치르는데요, 하산 로하니는 뜻밖에도 1차 선거에서 51%의 표를 얻어서 압도적으로 당선됐습니다.

대 이변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는 개혁과 개방을 바라는 축하 인파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Q.어떤 점에서 이변이라고 하는건가요?

이란은 중동에서도 아주 보수적인, 강력한 이슬람 국가인데요 여기서 보수파 이슬람 후보를 제치고 중도파 후보가 그것도 1차 투표에서 압도적인 표를 얻어 당선된 것 자체가 이례적인거죠.

대반전의 조짐은 투표일인 14일 저녁 투표소에 길게 늘어선 유권자들의 열기에서부터 느껴졌는데요, 하도 많은 사람들이 투표소에 몰려와서 투표 마감 시간이 총 5시간 연장됐습니다. 투표를 보이콧해오던 야권 성향의 대학생들과 도시 중산층 유권자들이 몰려왔습니다. 그 덕분에 투표율이 예사보다 훨씬 높은 72%를 기록했습니다.

Q. 그렇게 많은 지지를 이끌어낸 로하니 당선자는 어떤 사람인가요?

이슬람 성직자로 영국유학파 출신인데 6개국어를 한답니다. 1970년대에 왕정반대 운동을 벌이면서 해외에 망명했는데, 1979년 호메이니가 실권을 장악한 이란 혁명으로 정치권에 입문했습니다.

로하니는 이번 대선에서 미국과 유럽의 경제재재를 완화하거나 해결하겠다, 이렇게 공언을 해 왔는데요, 특히 투표 직전에 개혁파와 중도파의 다른 후보들이 로하니 지지를 선언하고 사퇴한 덕분에 사실상의 야권 단일후보로 나선 것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반면에 여권에선 최고지도자인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의 측근인 사이드 잘릴리와 테헤란 시장인 무함마드 바케르 갈리바프가 같이 출마하면서 표를 나눠가졌습니다.

특히 로하니가 외교관 출신인 점이 눈길을 끄는데요, 10년전에도 국제원자력기구와 핵협상을 해서 이란이 평화적인 핵개발, 즉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를 계기로 그동안 핵무기 개발 문제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과 신경전을 벌여왔던 이란이 태도를 좀 바꿀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Q.그렇게 된다면 다행이겠는데요. 전망은 어떻습니까.

로하니 대통령은 일단 당선 성명에서 “극단주의를 이기고 합리적이고 온건한 평화 세력이 이겼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또 첫 기자회견에서는 미국과 핵협상을 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핵개발 프로그램을 투명하게 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 이란이 원전을 보유할 수 있는 권리만 인정한다면 핵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평화적인 핵개발은 포기할 수 없다는 핵심적인 입장은 그대로지만, 태도는 많이 바뀐거죠.

그런데 이란은 이슬람 정교일치 체제를 가지고 있어서, 국가의 실권은 이슬람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가지고 있거든요. 하메네이가 경제 사회 교육 분야를 맡고 있고, 대통령은 외교 국방 사법 등을 관장합니다. 앞으로 하메네이와 로하니 대통령이 어떤 관계를 설정할 것인지도 눈길을 끕니다.

Q.그럼 미국의 반응이 궁금해지는데요, 미국은 이란과 대화를 하겠다는건가요?

미국도 조심스럽게 기대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란은 쿠바, 북한과 함께 미국이 지목한 대표적인 불량국가잖아요. 그런데 백악관의 데니스 맥도너 실장은 이란의 대선 결과가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란도 사실 아직은 미국과 바로 협상을 하기보다는 유엔의 국제원자력기구나 안전보장이사회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핵문제 해결 가능성을 타진해보겠다는 전략인데요, 어떻게든 대화는 이뤄질 것 같습니다.

Q. 북한도 최근에 미국에 핵문제로 대화하자, 이렇게 제안했잖아요. 이란과 북한의 차이점은 뭡니까.

사실은 이란은 북한하고도 아주 밀접한 관계잖아요. 북한의 우라늄 농축 핵무기 개발 기술이 이란에서 수입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구요, 북한은 또 이란에 미사일 기술을 수출했죠.

그래서 이란 핵문제는 또 북한 핵문제하고 직접 관련이 있습니다.

차이점이라면, 일단 이란은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서 정권의 변화가 이뤄졌다는 점인데요, 핵기술을 가지고 원자력 발전에 쓰겠다, 핵무기를 개발할 뜻은 전혀 없다, 이런 점을 투명하게 국제사회에 검증을 받겠다는 것이 로하니 대통령의 입장입니다.

반면에 북한은 이전까지는 이란처럼 원자력 발전을 위해서 핵기술이 필요하다, 이렇게 밝히다가 결국 3차례 핵폭발 실험을 하면서 이제는 스스로 핵무기 보유국가라고 자처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다른 점이죠.

Q. 이제 이란은 대통령이 바뀌면서 태도를 바꿔서 핵무기를 포기하고 검증을 받겠다, 그러는 것 같은데, 그러면 북한에도 영향이 있을까요?

영향이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이란이 핵기술을 북한에 넘기는 일이 앞으로는 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거든요. 북한이 지금 핵무기 기술을 어디까지 확보했는지 모르겠지만, 최종단계까지 완전히 완성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란에서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이게 늦어지게 될 수 있습니다.

또 의외로 북한이 이란에게 의존하는게 더 있는데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지금 권력을 잡은지가 2년쯤 되잖아요? 이것저것 돈은 많이 필요한데 아직 확실한 돈줄은 없는 상황입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 때문에 무역도 굉장히 위축된 상태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거래 상대국이 이란이었습니다. 북한하고 이란은 그동안 광물과 원유를 물물교환 방식으로 거래해 왔구요, 같은 유엔 제재를 받는 입장이라 서로 동병상련하면서 경제적으로 협력을 해왔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일본이나 미국과 협상을 하려고 하고 있는데, 이란의 경제 협력이 사실은 지렛대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 측면도 있지요.

그런데 새로 당선된 로하니 대통령이 미국이나 유럽과 협상에 무게를 두고 있어서 앞으로 북한과의 거래가 좀 뜸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면 북한 입장에서는 가장 확실한 돈줄 하나가 또 끊어질수도 있는 형편이 되는거죠.

Q. 북한에게 타격이 있을 수 있겠네요.

-그렇죠. 북한도 최근에 와서 중국과 미국, 또 우리 남쪽에도 대화를 제의하면서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이란 대선 때문에 입지가 조금은 좁아진 셈이죠. 앞으로 실질적으로 핵동결이라든지 핵무기 수출 문제에서 어떤 규범을 준수한다든지 하는 행동을 보여준다면 또 대화를 하면서 그런 타격을 줄여나갈 수도 있겠지요.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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