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델라여 편히…” 영웅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남아공

“만델라여 편히…” 영웅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남아공

기사승인 2013-06-24 11:10:01

[쿠키 지구촌] “만델라가 편안히 우리 곁을 떠날 듯하다. 그의 임무는 끝났다.(Mandela can leave us in peace, his work is done)”

남아프리카공화국 현지 일간 ‘메일 앤드 가디언’은 24일 이같은 제목으로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병세를 전했다. 다음달 18일이 95번째 생일이다.

전날 저녁(현지시간) 수도 프리토리아의 병원을 찾아 만델라를 만난 제이콥 주마 대통령도 “만델라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사실상 그의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로 들렸다. 주마 대통령은 “지난 24시간 사이 병세가 악화했다는 설명을 의료진에게 들었다”며 “상태를 호전시키려고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남아공 국민과 전세계를 향해 “만델라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만델라 대통령의 대변인 맥 마하라즈 대변인은 그가 위독한(critical) 상태라고 밝혔다. 만델라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이후 4차례 병원 신세를 졌으며 지난 8일에는 폐 감염증이 재발해 입원했다. 다음 달 18일이 95번째 그의 생일이다. 마하라즈 대변인은 “의료진과 환자 사이의 신뢰와 윤리적 문제 때문에 만델라의 치료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자세히 밝힐 수 없다”며 “우리는 만델라의 프라이버시와 인간의 존엄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CBS는 “만델라 전 대통령이 여러날째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가족들은 연명을 위한 치료를 중단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만델라는 남아공의 흑인 해방 투쟁을 이끌고 백인의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를 철폐시킨 장본인이다. 1994년 흑인이 처음으로 참여한 투표에서 남아공의 첫 흑인 대통령에 당선된 만델라는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설치해 아파르트헤이트 시대 범죄의 진상을 밝히면서도 흑백간 화해를 이끌어 냈다. 1993년에는 당시의 백인 남아공 대통령 드 클레르크와 함께 노벨평화상을 공동수상했다.

남아공 사람들은 만델라를 ‘마디바(Madiba)’라고 부른다. 그의 아호이자 애칭이다. 그만큼 친밀한 존재다. 만델라는 인종차별 정책으로 전세계의 지탄을 받고 무역마저 거절당했던 과거의 남아공을 해방과 화해의 새로운 역사를 연 나라로 탈바꿈시킨 주인공이다.

수많은 역경을 헤쳐온 투쟁가이자 남아공 일치의 상징인 만델라이지만 이번에는 다시 일어설 것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메일 앤드 가디언은 “우리가 사랑하는 전 대통령 넬슨 만델라의 건강이 위독해졌다는 소식에 남아공 국민들은 피할 수 없는 일을 맞이할 채비를 하고 있다”며 “소셜미디어에서도 사람들은 그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가 떠날 날이 매일매일 더 가까워진다”고 전했다.

이미 전세계의 언론들은 만델라의 부고 기사를 준비하고 있다. 남아공의 언론인들과 학자들에게는 그의 죽음에 대해 코멘트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메일 앤드 가디언은 “마디바는 그의 인생 마지막 순간에도 그가 평생 동안 해온 일을 똑같이 할 것이다. 우리 모두를 더 가갑께 만드는 일이다”라고 전했다. 만델라가 이 땅을 떠나더라도, 그가 이룬 화해와 해방의 역사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뜻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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