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강력한 장기지속형 마약진통제인 하이싱글라(Hysingla)ER의 판매를 승인했다.
하이싱글라는 이보다 먼저 FDA 승인을 받았던 조하이드로(Zohydro)와 마찬가지로 아세트아미노펜을 함유하지 않은 순수 하이드로코돈 제제로서, 흡입 또는 주사로 인한 오남용을 막기 위해 쉽게 깨지거나 부술 수 없는 제형(abuse-deterrent)으로 만들졌다는 특징을 가진다.
여기에 최대용량이 120mg인 데다 서방형(ER) 제제로서 하루 한 번 투여로도 다른 치료제에 의해 통증조절이 불충분한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다만 과거 마약류 복용력이 없는 환자들에게는 하이싱글라 80mg 이상의 용량을 처방해서는 안 된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번 승인은 약물의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건수 중 절반 가량이 하이드로코돈, 옥시코돈과 같은 진통제에 기인한다는 2010년 미국질병예방통제센터(CDC)의 연구 결과를 의식한 처사로 추정된다.
연구에 따르면 그 해 1200만명이 넘는 이들이 비의학적 사유로 처방진통제를 사용했다. CDC는 또한 처방마약류의 남용으로 인해 미국에서 매년 헤로인과 코카인을 합친 것보다 많은 수가 사망하고 있으며, 연간 42만명이 응급실을 찾게 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제조사인 퍼듀파마(Purdue Pharma)의 관계자는 ""처방진통제로 인한 사망률이 높아짐에 따라 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제형을 개발하게 됐다""면서 ""주사기에 쉽게 담을 수 없도록 젤리같이 끈적거리는 물질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정제를 녹이거나 작은 형태로 자르게 되면 끈끈한 형태로 바뀌도록 디자인돼 있기 때문에 중독자들에 의한 주사나 흡입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FDA에서 규제프로그램 부센터장을 맡고 있는 Douglas Throckmorton 박사는 ""마약류 처방을 필요로 할 만큼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는 환자들에서 하이드로코돈 단일 제제로 인한 혜택을 기대해 볼 수 있다""며 ""1일 1회 복용이 가능하다는 제형상의 장점으로 인해 오남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승인을 두고 성급한 판단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한 알에 120mg이라는 막대한 양의 하이드로코돈이 함유돼 있어 위험하고, 중독자들은 이미 해당 제형을 분해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
비영리 목적으로 운영되는 중독치료센터 피닉스하우스(Phoenix House)의 Andrew Kolodny 의료담당부장은 ""FDA가 전문가 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묻지 않고 하이싱글라의 승인을 결정했다""며 매우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FDA는 지난해 말 승인을 반대한다는 자체 전문가 자문위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조게닉스(Zogenix)의 조하이드로(Zohydro)를 승인했으며, 올 7월에는 자문의 검토 없이 퍼듀파마의 또다른 남용억제 진통제 타기닉(Targiniq)을 승인하기도 했다.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칼업저버 안경진 기자 kjahn@mo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