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숨은 명소를 찾아서] 2. 거미줄처럼 얽힌 돌담길 따라 펼쳐지는 옛 이야기

[경북의 숨은 명소를 찾아서] 2. 거미줄처럼 얽힌 돌담길 따라 펼쳐지는 옛 이야기

예천 금당실정보화마을

기사승인 2016-08-10 14:11:02


숨은 명소가 있는 시골마을로의 여행길은 언제나 기분을 들뜨게 한다. 화려함보다는 수수함이 더욱 아름답기에 누구나 배낭 하나 달랑 메고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어 더욱 좋다. 그 속에서 느끼는 여행의 즐거움은 도심에서는 감히 기대할 수 없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다준다. 휘황찬란한 불빛으로 치장한 도심 대신 세월을 비껴간 고택과 돌담이 일품인 경북 예천 금당실마을을 찾아 잠시 여유를 부려보자.

예천군 하리면 대제리(큰맛질)에서 제곡리(작은맛질)를 지나 반두들고개를 넘으면 금당실마을이 있다. 생긴 모양이 ‘물에 떠 있는 연꽃’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조선시대 ‘정감록’에 십승지지에 이름을 올릴 만큼 명당이다.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끝없이 이어지는 돌담. 반송재 고택과 사괴당 고택 등 10여 채의 고택과 함께 역사를 같이 한 돌담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길이가 7.4km에 달한단다. 제주도의 돌담이 화강암으로 낮게 쌓은 담이라면 금당실의 돌담은 강가나 밭에서 나온 돌로 담장을 높게 쌓아 올렸다. 제주도보다 두 배 정도 높다. 


조선시대 양반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고택도 많이 남아있다. 당산나무 옆 가옥은 사괴당으로 집을 지은 변응녕의 호를 따서 붙였다. ㄷ자형의 안채는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에 건축됐는데 공간의 구분이 명확하고 안방 창호가 모두 두 짝 여닫이 세살문으로 되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당시 집 앞에 정자를 짓고 못을 파서 자연을 즐기며 시를 읊었다고 기록되어 있으나 정자나 연못은 남아있지 않다. 

돌담길을 따라 마을의 북쪽으로 올라가다보면 반송재 고택을 만난다. 조선 숙종 때 도승지, 예조참판을 지낸 김빈이 낙향해서 살던 집이다. 영남 북부 지방의 전형적인 사대부 주택의 가옥 배치법을 따르고 있어 역사적 가치가 높다. 1992년 7월 18일 경상북도문화재자료 제262호로 지정됐다.


마을 가장 안쪽에는 함양 박씨 3인의 학문을 기리는 금곡서원이 있다. 1568년에 지방유림의 공의로 박충좌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창건해 위패를 모셨다. 이후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사라졌다가 유림에 의해 복원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경내의 건물로는 3칸의 묘우(廟宇), 8칸의 강당, 3칸의 동재(東齋)·서재(西齋), 2칸의 전사청(典祀廳), 장판각(藏板閣), 신문(神門), 외문(外門)과 6칸의 주소(廚所) 등이 있다. 강당은 중앙의 마루와 양쪽 협실로 되어 있는데, 원내의 여러 행사와 유림들의 회합 및 학문의 토론장소로 사용됐다.

금곡서원 옆으로 금당실마을의 또 다른 명물인 울창한 소나무 숲이 자리하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469호로 지정되어 있는 금당실송림을 주민들은 ‘금당실쑤’라고 부른다. 당초 2㎞에 달했지만 현재 800m 정도 남아 있다. 짙푸른 녹음 벗삼아 콧노래 부르며 걷기에 딱 좋다.


금당실마을에서 자동차로 5~10분 거리에 위치한 초간정과 병암정도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초간정은 우리나라의 최초 백과사전 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을 저술한 초간 권문해가 지은 정자다. 임진왜란 때 불에 타버린 것을 1612년에 고쳐지었고, 이후 병자호란 때 다시 불타 1642년에 중건했다. 지금 건물은 1870년 후손들이 새로 고쳐지은 것이다. 암반 위에 막돌로 기단을 쌓아 올린 초간정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선조들의 무위자연 사상을 보여준다. 바위를 휘돌아 흐르는 물줄기가 시원한 운치를 자아낸다. 

병암정은 드라마 ‘황진이’에서 하지원이 장근석을 만나는 장면을 찍은 장소로 유명하다. 병풍을 닮은 절벽 위에 있어 병암정이다. 조선 말기 이유인이 낙향해 옥소정이라는 이름으로 건축했다. 푸른 버드나무와 각양각색의 연꽃이 만발한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더욱 즐거운 여행길이다.

최재용 기자 gd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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