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전미옥 기자] 우리나라는 12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자살사망률은 OECD 평균의 2배 이상이며, 연평균 1만4000명 가량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자살사망률은 2014년을 기준으로 인구 10만명당 27.3명이나 된다. 그러나 우울증을 치료하는 비율은 OECD 평균과 비교해 3분의 1로 최하위 수준이다. 오는 10일, 세계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자살과 우울증에 대해 짚어보자.
◇우울증, 자살 유발하는 가장 흔한 정신질환
우울증 환자의 자살률은 10~15%에 이른다는 연구가 나올 만큼, 우울증은 자살을 유발하는 가장 흔한 정신질환이다. 하지만 우울증이 있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 방치하거나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으로 지레 여러 가지를 걱정해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으로 진단받았을 때에는 약물치료를 받을 수도 있고 상담을 통해 원인이 되는 부분에 대해 공감하고 일상생활에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정신치료, 인지행동 치료 등을 병행할 수 있다. 하지만 우울증이 좋아지더라도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해소할 방법이 없다면 재발률이 높다.
유제춘 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거나 자각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기도 하지만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 때문에 실제 치료를 받는 이들은 환자의 20% 정도에도 못 미칠 것으로 본다”며 “때문에 우울증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술로 기분전환을 하다 충동적으로 자살에 이르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남성 우울증, 자살 위험성 높아
평소 예민하거나 지나치게 강박적인 성격으로 우울증에 이르는 이들도 많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중년 우울증에 걸리는 남성들이 특히 많은 편이다. 가족과 떨어져 살거나 이혼·사별 등으로 혼자 사는 남성들도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여도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대상이다.
유제춘 교수는 “우울증에 걸린 남성의 대부분은 자신이 우울증이라는 사실을 모르거나, 알더라도 자신이 우울하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숨기려는 경향이 강해 주변에서 눈치 채기가 어렵다”며 “그래서 단순한 두통이나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 알코올 의존 등의 증상으로 다른 과를 거쳐 우울증 클리닉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문제는 남성 우울증은 여성 우울증에 비해 자살 위험성이 높다는 점이다. 남성의 경우 우울증 증상이 심해지면 좀 더 극단적인 자살시도 방법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어 자살 시도자 중 실제 자살에 이르게 될 확률이 여성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족과 지인에 보내는 경고신호 인지 필요
자살로 사망하는 이들은 사망 전 언어·행동 등으로 자살 경고신호를 보내지만, 대부분의 경우 가족마저도 이런 경고신호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가 죽음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울해하던 사람이 신변정리를 하거나 아끼던 물건을 주는 경우, ‘고맙다’는 투의 말을 주변 사람들에게 하는 경우, 외모에 전혀 무관심해지거나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는 등의 변화를 보인다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은 충동적으로 자살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절망감 속에 자살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도 하기 때문에 주변의 관심과 배려가 중요하다. 또 우울증 환자가 직접적으로 자살, 죽음에 대해 말할 때는 반드시 전문가에게 알리고 함께 대처해야 한다.
유 교수는 “우울증은 부끄러워하거나 고민할 병이 아니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을 경우 90% 이상 완치될 수 있으므로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해 자살로 이어지는 비극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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