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생산·가공·체험’ 6차 산업의 결실 상하농원

[르포] ‘생산·가공·체험’ 6차 산업의 결실 상하농원

기사승인 2016-09-27 09:15:19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걸음걸음마다 흙 내음이 코에 맴돈다. 고요하다. 지난 비에 쓰러진 벼 사이로 참새가 떼로 머리를 파묻고, 돌계단 장독 위에는 뽀얀 먼지가 내려앉았다가 금세 바람에 날린다. 고개를 들면 탁 트인 들판과 소여물 주는 아이, 빵 반죽에 열중하는 아이, 산양과 사진 찍는 아이, 아빠 목말을 타고 공방을 들여다보는 아이가 눈가에 든다. 전북 고창, 상하농원이다.

상하농원은 매일유업이 전북 고창군과 체결한 상생협약을 통해 지난 4월 개장한 참여형 농원이다. 9만9173㎡(3만평) 규모로 생산을 단편적 체험으로 제공하는 기존 테마파크 등과는 달리 작물수확과 낙농업, 가공 제조업, 교육 체험 프로그램 등 1~3차 산업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 볼거리, 놀거리, 그리고 먹을거리

지난 23일 광주송정역에서 차로 50여분 달려 도착한 상하농원은 평일임에도 인근 마을에서 함께 온 어르신들과 가족단위 방문객들, 초등학생 저학년 방문객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정문으로 들어서자 파머스 마켓이 눈에 들어온다. 스모크 소시지와 동물복지 유정란, 백미 등의 제품과 지역 농민들이 수확한 먹거리를 직접 구매해 판매하는 곳이다. 현재 고창 지역 농산물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점차 지역을 확대해 나간다는 예정이다. 함께 동행한 상하농원 위기정 홍보팀장은 “상하농원에서 판매하는 제품 외에 농민 판매 제품을 위해 매대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머스 마켓을 나와 길을 따라 걸으면 벼가 심긴 논과 허브, 배추, 새싹 등 각종 채소가 담긴 텃밭구간이 보인다. 지난 비에 벼가 쓰러진 뒤 다시 일으키지 않아 그대로 누워있었다. 텃밭 옆길로 걸음을 옮기자 빵 공방과 잼 공방, 발효 공방 등이 있다.

발효공방은 1~3년간 숙성이 이뤄져야 하는 제품 특성상 현재 판매는 대행으로 이뤄지고 있다.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된장 등이 완성되는 1년 뒤에는 판매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빵 공방과 잼 공방 등 공방은 제품이 만들어지는 조리실과 방문객들이 머무는 공간이 철저히 분리돼있었으며 제품을 그 자리에서 즐기는 곳이 아닌 제조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고 제품을 구매하는 장소다. 잼의 경우 상품성이 없는 낙과를 이용해 만들어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잼 공방에서는 낙과가 아닌 상품의 과일로 잼을 만들고 있다.

공방 옆에는 빵과 소시지, 아이스크림, 치즈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교실이 마련돼 있다. 시간이 겹치지 않도록 교차형식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돼있어 한 차례 체험 후 곧바로 다른 곳에서 다른 체험을 이어갈 수 있다. 농원 내 스피커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만든 빵이 다 구워졌다는 방송이 나오기도 했다.

교실 뒤편에는 직접 산양과 면양, 아기 돼지, 송아지에게 먹이를 줄 수 있는 우리 형태의 체험공간이 있었다. 아이들은 직접 여물을 주거나 송아지에게 우유를 주는 등 자연과 맞닿는 체험을 할 수 있다.

♢ 지역사회와의 상생

상하농원은 고창군의 49곳의 농가와 계약을 맺고 각 농가에서 재배된 농산물들과, 공방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을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1652㎡(500평) 규모의 친환경 목장에서는 연간 50여톤 유기농 원유가 직접 생산된다. 원유는 상하농원 인근에 위치한 매일유업 공장에서 가공처리한 후 다시 농장에서 받아 제품에 사용한다.

상하농원 내에는 피자와 파스타 등을 판매하는 상하키친과 한식레스토랑 농원식당이 운영되고 있다. 뷔페레스토랑 농부의 식탁은 현재 운영 예정 중이다. 사용되는 식자재는 대부분 상하농원에서 재배되는 먹거리들이다. 농장에서 생산된 우유로 만드는 카페 젤라또도 휴식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상하농장은 파머스마켓과 지역 고용창출 효과로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 현재 상하농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80여명 직원 중 40%가 전북 고창 출신이다. 나고 자란 곳에서 축산업무와 유통, 체험교육 등 6차 산업을 배울 수 있다는 이유로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다.

상하목장은 4월 개장 이후 9월 현재까지 총 3만5000여명의 방문객이 찾았다. 평일에는 400~500명이, 주말에는 700~800명의 방문객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 다만 상하농장 주변 숙박시설이 너무 멀거나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1박 이후 다른 고창 지역을 여행하기에는 버거운 부분이 있다. 상하농원에서는 이러한 단점을 개선하고자 2017년까지 ‘농부들의 숙소’를 테마로 한 30여 객실 규모의 숙박시설을 농원 내에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상하농원 관계자는 “상하농원은 지역사회와 정부, 기업이 농업의 미래가치 창출을 위해 함께한 상생 프로젝트”라면서 “오는 2020년까지 관광객 30만명을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akgn@kukinews.com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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