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전미옥 기자] "심장마비와 돌연사의 원인 중 40∼50%가 동양인에게서는 ‘유전성’인 것으로 나타납니다. 앞으로 유전자·유전체 정보는 부정맥의 진단과 예후 예측, 또 치료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유전성 부정맥에 대해서 최종일(사진)고려대 안암병원 심혈관센터 교수는 이같이 말했다. 동양인에게서 유전성 부정맥이 많이 나타나는 만큼, 유전체 정보가 치료와 관리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정맥은 ‘심장이 규칙적으로 뛰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심장박동은 심장 근육에 가해지는 전기자극을 통해 수축하고 이완하는데 이러한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전기전달체계에 문제가 생기면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이 나타나는 것이다. 부정맥은 돌연사, 심장마비, 심장발작 등의 주 원인이기 때문에 보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국내 부정맥 환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최 교수는 “가장 흔한 부정맥인 심방세동의 경우 80세 이상에서 약 10%의 유병률을 보인다. 즉, 80세 이상 노인 10명 중 한 명은 부정맥 경험자인 셈이다. 또 병원 밖 심장마비 건수는 연간 2만여 건에 달할 정도 많은 이들이 부정맥 질환을 경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령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부정맥은 대체로 심장 기능의 노화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유전성 부정맥’의 경우 젊은 환자들에게서도 빈발하고 있어 주목된다. 최 교수는 “심근경색이나 허혈성 심장질환이 아닐 시에는 대부분 유전성일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동양인에서 유전성 부정맥의 비율이 높은데 평소 아무 이상이 없던 젊은이가 갑자기 심장발작으로 쓰러졌다면 유전성 부정맥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전성 부정맥이 주목되는 또 다른 이유는 별다른 질환이 없거나 예측 가능한 인자가 없는 상태에서 심장발작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유전성 부정맥 환자 상당수는 격렬한 운동을 자제해야 하지만, 당사자가 질환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해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한 사례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부정맥은 증상이 나타난 뒤에는 너무 늦을 수 있으므로 가족력 등 위험요소를 조기에 파악하고 대비하는 것이 생명을 지키는 적극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유전성 부정맥은 크게 심장근육 이상인 심근병증과 이온채널병증 두 가지로 구분한다. 최종일 교수는 “심근병증은 유전적 요인으로 심장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거나 확장된 경우 또는 우심실 등의 이상변형으로 문제가 발생 될 수 있다. 초음파,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심전도로 진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심장 내 전기자극에 이상이 나타나는 이온채널병증의 경우 진단이 어려운 편이다. 최 교수는 “이온채널병증은 나트륨, 포티슘, 칼슘 등 이온이 통과하는 각 채널 내 단백질의 유전적 이상으로 발생하는데, 심장에 이상반응을 일으키는 위험소인을 확인하고 심전도 소견, 가족력 등 여러 정보를 종합해 진단한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정확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최 교수는 “유전자 정보는 부정맥 치료에 있어서 정확한 진단, 예후 예측, 치료 방향 설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유전자 검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우리나라는 이를 앞둔 단계에 서있다. 앞으로는 비단 유전자·유전체뿐 아니라 환자 임상정보 등 빅데이터를 활용한 정밀의학, 맞춤의료가 미래의료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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