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영화 '스플릿' 이다윗 "왼손잡이지만, 이제 볼링은 오른손으로 친다"

[쿠키인터뷰] 영화 '스플릿' 이다윗 "왼손잡이지만, 이제 볼링은 오른손으로 친다"

기사승인 2016-11-11 16:12:07

[쿠키뉴스=인세현 기자] 이다윗은 왼손잡이다. 볼링도 왼손으로 친다. 하지만, 영화 ‘스플릿’(감독 최국희) 촬영 후 오른손으로 볼링을 치는 것이 더 익숙해졌다. 영화 속에 나오는 묘한 자세로 볼링을 치기 위해 끊임없이 연습한 덕분이다. 영화 속 이다윗의 역할 영훈은 오른손잡이다. 이다윗은 영화 촬영이 끝난 후 볼링장에 갔는데, 영화 속 ‘그 자세’로 칠 때 가장 좋은 점수가 나왔다고 말하며 웃었다.

‘스플릿’의 이다윗은 자폐증 증상이 있는 볼링천재 영훈으로 분해 자연스럽고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이다윗은 캐릭터가 너무 희화화되는 것을 걱정했고 그렇다고 영화적인 재미를 놓칠 수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미묘한 선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배우 이다윗을 최근 서울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 속 영훈은 자폐증상이 있지만,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이다윗이 처음 캐릭터 설정을 받아들고 걱정했던 것은 관객들에게 영훈의 캐릭터를 이해시킬 수 있을까에 관한 것이었다. 영훈을 표현함에 있어 언제나 조금 덜 해야 할지 더 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했다.

“이 역할을 준비하면서 이런저런 공부를 해보니 지적 장애 특성도 여러 가지더라고요. 감독님이 원했고 제가 연기한 영훈은 완전 자폐아는 아니에요. 하지만, 관객들이 보기에 수긍이 안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표현하는데 적당한 선을 찾느라 고민이 많았어요. 시사회 후 어떤 분들은 너무 과하지 않고 부족하지도 않아서 좋았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저는 반대로 너무 과하거나 부족했던 부분만 보였어요.”

자신의 연기에 모자란 부분만 보였다고 겸손하게 이야기했지만, ‘스플릿’에서 이다윗이 보여준 연기는 분명 훌륭했다. 이다윗은 그 공을 자신과 호흡을 맞춘 유지태와 이정현에게 돌렸다. 자신이 연기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유지태가 바탕을 만들어줬다는 것. 이번 현장에서 이다윗이 유지태에게 도움을 받은 것은 연기뿐만이 아니다. 자주 농담을 하는 유지태 덕분에 촬영장 분위기는 항상 화기애애했다.

“저는 표현을 하지 않는 캐릭터라, 장면 분위기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아요. 유지태, 이정현 선배가 장면의 바탕을 다 만들어 놨죠. 저는 그 위에 대사를 던지고, 그게 재미있는 상황이 되고 이런 것들이 계속 맞물렸어요. 선배님들이 장면에 분위기를 다 잡아주시니 저는 연기할 때 너무 좋았죠.”

이다윗이 영훈 역할에 집중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영훈이 말을 하는 대신 주로 듣고 있는 성격의 캐릭터이기 때문이었다. ‘스플릿’의 영훈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듣지만, 자신만의 세상 속에서 생각한다. 고민의 순간에 최국희 감독이 했던 한 마디도 이다윗이 영훈 역할에 집중하는데 도움이 됐다.

“영훈은 사람들의 말을 듣다가 자신이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단어에만 반응하죠. 늘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무엇인가를 생각하지만, 같은 공간에서 대화가 이뤄지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생각 속에서 이뤄지는 거예요. 그러다보니 영훈에게 감정이입이 많이 됐어요. 최 감독님께서 ‘연기는 네가 하는 거야’라는 말씀을 해주신 것도 더 생각하고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됐고요.”

‘스플릿’을 찍는 동안 영훈에게 철저하게 집중했기 때문일까. 이다윗은 촬영이 끝난 후에도 한동안 영훈의 습관들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영훈의 몸동작과 걷는 방법, 시선 처리 등이 몸에 익어 일상생활에서도 묻어난 것. 이처럼 이다윗이 집중해 찍은 ‘스플릿’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스플릿’은 도박을 소재로 한 볼링영화죠. 영화 속 볼링 장면의 스트라이크가 시원하고 사운드도 통쾌해요. 이런 것들로 이 영화를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 영화가 매우 감성적인 가족영화라고 생각해요. 힘들고 낙오된 사람들이 다시 성장해 나가면서 또 하나의 가족이 되는 이야기죠. 이런 과정에서 나타나는 따뜻한 감동이 관객에게 잘 전달 됐으면 좋겠어요."

inout@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