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전미옥 기자] #50대 환자 A씨는 얼마 전 복통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 K씨는 평소 잦은 복통으로 집 근처 내과의원에서 진료를 받아왔지만 호전이 없어 종합검진을 받기위해 상급종합병원을 방문했던 것. 담당 의료진은 A씨에게 당뇨 진단을 내리고 CT촬영을 함께 권했다. 50대 이후 갑자기 생긴 당뇨는 췌장암의 증상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의료진은 설명했다. 검사 결과 K씨에게서 초기 췌장암이 발견됐고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췌장암은 조기 진단이 어려운 암 중 하나다. 췌장암 환자들의 평균여명은 약 14개월로 늦은 진단 때문에 예후도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A씨와 같이 췌장암이 초기에 발견되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췌장암은 아주 나빠지기 전까지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문제가 생겨도 자각할 만한 특이적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승은(사진) 중앙대병원 외과 교수는 “췌장암의 증상은 일반적 암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체중 저하, 식욕감퇴, 복통 등”이라며 “체계적으로 검사하기 전까지 증상의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진단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췌장의 ‘위치’와 연관돼있다. 췌장은 위, 간과 같은 부피가 큰 장기 뒤에 숨어 있어 X선 촬영이나 복부 초음파검사 등으로 문제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대개 복부 전산화 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판독 등 보다 정밀한 검사를 통해 진단된다. 이 교수는 “CT촬영은 보통 의심 증상이 나타날 때 활용되고 건강검진을 통해 진행되지는 않는다”며 “췌장암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효과적인 검진방법이 아직 없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또한 이 교수는 “증상이 발현될 때에는 대부분 나빠진 장기가 주변 장기에 영향을 미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췌장은 다른 장기를 누르거나 건드리지 않는 부위에 있기 때문에 웬만큼 심해지지 않는 한 복통 이외에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췌장암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수술이다. 그러나 진단이 늦은 경우가 많아 수술이 가능한 경우는 전체 환자 중 20∼30%로 낮은 편이다. 암이 생기는 위치도 중요하다. 이 교수에 따르면 췌장암의 60%는 췌장 머리 쪽에 생기고 나머지 40%가 몸통과 꼬리 쪽에서 발생한다. 특히 췌장 머리 쪽에는 간에서 내려온 담도와 십이지장이 둘러싸고 있고 동맥도 지나가고 있어 외과적 수술 중에서는 어려운 수술로 꼽힌다. 이때 암 조직이 동맥을 침습한 경우에는 수술이 불가능한 것으로 진단한다.
이 교수는 “췌장 머리 부분에는 여러 기관이 연결돼있어 암 절제술뿐만 아니라 각 기관을 잇는 봉합·연결 수술까지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합병증의 위험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몸통이나 꼬리 쪽에 생긴 수술은 이보다는 훨씬 간단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환자들에게 췌장암 진단은 자칫 ‘사망선고’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이 교수는 “췌장암 진단을 받으면 환자와 가족들이 절망하고 치료를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안타깝다”며 “췌장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전체 10%로 낮은 편이다. 그러나 초기에 발견돼 수술이 가능한 환자에게는 이 수치가 40%로 올라간다. 정확한 진단이 나오기 전에 미리 절망하거나 포기하면 안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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