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시작이 좋다. 배우 남지현은 첫 주연작 '쇼핑왕 루이'에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경쟁작도 쟁쟁했다. ‘쇼핑왕 루이’는 코믹한 이야기로 동시간대 1위를 지키고 있던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을 눌렀다.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으며 고정 시청자를 붙잡고 있던 KBS2 수목드라마 ‘공항 가는 길’도 제쳤다. 이제 막 주연으로 첫 걸음을 뗀 남지현이 공효진·김하늘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은 것이다.
지난 15일 서울 선릉로 한 카페에서 만난 남지현은 솔직했다. 여주인공만 비교했을 때는 자신이 타 방송사의 드라마보다 약하다고 말했다. 배우에 대한 고민도 스스럼없이 털어놓았다. 겸손하기도 했다. 드라마의 성공 원인을 대본의 재미 덕분이라고 돌렸다. 드라마 출연을 결심한 순간에도 큰 욕심은 없었다.
“경쟁작들이 쟁쟁했어요. ‘쇼핑왕 루이’가 시작할 때 ‘질투의 화신’은 이미 자리를 잡은 상태였죠. 첫 회 시청률도 저조했어요. 많은 분들이 기대하는 작품도 아니었고 약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어요. 여주인공만 비교해도 약하니까요. 하지만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재밌게 찍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어요. 첫 주연이지만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 같았죠. 복실이 캐릭터가 너무 사랑스러웠고, 루이와 티격태격하면서 헤쳐 나가는 상황이 재밌더라고요. ‘쇼핑왕 루이’가 제 필모그래피에 남으면 괜찮을까 하는 생각보다는 첫 주연을 하기에 적합하다는 생각이 앞섰어요.”
남지현은 자신을 ‘아무것도 잃을 게 없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렇기 때문에 부담 없이 작품에 몰입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현장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받기도 했다. 발랄한 드라마 분위기와 비슷한 밝은 현장 덕분에 밤샘 촬영에도 농담이 끊이지 않았단다. 현장에서 나온 배우들의 아이디어가 드라마에 반영되기도 했다.
“감독님하고 배우들과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 현장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많이 반영되기도 했죠. 전체적인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사소한 대사 한 줄이나 행동, 상황이 바뀌기도 했어요. 제가 제안한 것 중 하나는 '옥탑방 레드카펫' 장면이었어요. 원래는 제가 레드카펫을 밟고 올라가서 루이와 재회하는 장면이었죠. 그런데 그날 현장에서 보니까 동네에 사는 실제 주민분들이 레드카펫을 다 피해가거나 밟아도 뒷걸음질 치시더라고요. 그래서 복실이도 레드카펫이 자기를 위한 건줄 모르고 피해가면 어떨까 싶어서 그걸로 리허설하고 찍게 됐어요.”
올해 22세인 남지현은 아역 배우 출신이다. 2004년 MBC 드라마 ‘사랑한다 말해줘’로 연기를 시작했고, 2009년 MBC ‘선덕여왕’에서 이요원의 아역을 맡으며 얼굴을 알렸다. 연기 경력 10년이 넘었지만, 배우가 자신의 길이 맞는지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KBS2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이래’를 통해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그래도 연기에 대한 고민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배우에 대한 고민은 중·고등학교 때부터 했어요. 내가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나, 앞으로도 행복할 수 있을까가 주된 고민이었죠. 그 질문에 답을 쉽게 못 내리겠더라고요. 그렇다고 다른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건 아니에요. ‘가족끼리 왜이래’에서 첫 성인 연기를 하며 생각이 많이 변했어요. 일에 임하는 태도도 부정적인 방향에서 긍정적으로 바뀌었어요. 선배님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오랫동안 지켜보며 큰 자극을 받기도 했죠. 고민에 대한 답을 찾고 새로운 목표를 정하기도 했고요. 지금도 그 고민이 완전히 멈춘 건 아니에요. 내가 이 일을 하기에 적합한 사람인지, 어떻게 하면 재밌게 일을 할 수 있을지, 어떻게 처음 마음을 잃지 않고 끝까지 유지할 것인지가 고민으로 남아 있어요.”
남지현에게 ‘쇼핑왕 루이’는 단순히 좋은 결과를 냈던 드라마 그 이상이다. 배우의 길에 대한 자신의 다짐을 실천할 수 있게 만들어준 환경이었다. 연기가 자신에게 좋은 에너지를 준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기도 했다. 다른 배우들로부터 좋은 자극을 많이 받은 건 물론이다.
“‘쇼핑왕 루이’는 시간이 흘러 돌아보면 좋은 추억과 에너지로 가득한 드라마로 기억될 것 같아요. 시청자들이 키워주신 기특한 드라마라는 얘기도 있더라고요. 해내기 어려운 일을 해냈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를 얻어냈다고 생각해요. 제 첫 시작이 좋은 추억 가득한 드라마라서 다행이에요.” bluebell@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