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장윤형 기자] #김주나(28·가명)씨는 첫째 출산을 앞두고 있는 임신부다. 만삭이 다가올수록 자연분만 과정에서 오는 산통을 겪는 것이 두려워 제왕절개를 고려하고 있다. 의사는 자연분만을 권장하고 있지만, 김씨는 제왕절개를 하기로 결심했다. 김씨는 “산통을 겪는 것이 두렵다. 무엇보다 출산 이후 허리와 골반 등에 무리가 가서 고생했다는 주위 사람들의 말을 듣고 자연분만을 굳이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박신혜(37·가명)씨는 2년 전 큰아이 출산 때 속골반이 좁아서 분만 진행이 잘 안될 것이라는 의사의 말에 진통도 없이 바로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했다. 수술 후 일주일간 배가 아파 허리도 못 펴고 진통제 주사 없이는 버티지 못할 정도였다. 걷기도 힘들어서 일주일 동안 입원했다. 반복 제왕절개술 후에는 더 아프다는 경험자의 말을 들으니 만삭이 다가올 수록 눈앞이 캄캄했다. 둘째만큼은 자연분만을 하고 싶어 제왕절개를 받은 사람도 자연분만을 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았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는 자연분만이 제왕절개보다 더 산모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런데 제왕절개가 필요한 산모들까지도 무리하게 자연분만을 고집하다 이중 삼중으로 고통을 겪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 출산 시에 자연분만이 반드시 제왕절개보다 우선 시 돼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또한 자연분만이 제왕절개보다 산모나 아이 건강에 좋다고 볼 수 있을까.
임신부가 출산을 하는 과정에서 겪는 고통은 성스러운 아기의 탄생을 위한 필수 과정이다. 그럼에도 임신부가 분만 전 겪는 스트레스는 말로 표한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하다. 실제 한 조사에 따르면 임신부 10명 중 7명은 ‘출산 전 공포나 두려움을 느꼈다’고 답했다. 의학적으로는 이를 ‘분만 공포증’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분만 과정에서 생전 경험하지 못했던 고통을 온전히 스스로 겪어야 하기 때문에 자연분만을 거부하고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이에 대해 의료 전문가들은 자연분만이 제왕절개보다 산모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박교훈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전치태반 등으로 제왕절개를 반드시 해야 하는 고위험 산모를 제외하면 대부분 자연분만을 권한다. 자연분만은 출혈도 적고 수술 과정의 마취에 따른 위험요소도 적기 때문에 산모나 아이에게 더 좋은 분만인 것만은 확실하다”며 “출산 이후 회복도 빠르다. 원칙적으로 자연분만을 우선적으로 권한다”고 설명했다.
신재은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제왕절개 수술을 한 경우, 출산 후 입원기간이 길어지고 마취에 의한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과다출혈, 장기 내 유착, 감염 위험, 다음 임신 때 전치태반의 위험성 상승 등의 요인들이 자연분만보다 더 높다”고 설명했다. 자연분만 이후 수반되는 신체적 변화도 있다. 신 교수는 “자연분만의 경우 요실금의 위험성이 올라가고, 자궁 질 탈출이나 골반뼈가 늘어나는 등의 신체적 변화가 있다”며 “그러나 이는 시간이 지나고 관리만 잘 되면 회복할 수 있는 요소들”이라고 말했다.
출산 후 회복 기간도 차이가 있다. 자연분만의 경우 출산 당일부터 평균 2박 3일 이후 퇴원을 한다. 하지만 제왕절개의 경우 수술 후 회복을 위해 최소 5일에서 최대 7일까지 입원을 해야 한다.
최근에는 제왕절개로 분만했던 산모가 브이백(VBAC·제왕절개후 자연분만)을 시도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산부인과 VBAC팀(이영·길기철·위지선·신소영 교수)은 브이백을 실시하고 있다. 자연분만이 제왕절개보다 더 이점이 많다는 것을 인식한 산모들이 둘째만큼은 자연분만을 통해 출산하고자 브이백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영 교수는 “출산시 잘못된 정보로 무조건 제왕절개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연분만에 대한 아쉬움이 남거나 수술로 인한 회복이 어려워 고생했던 환자들에 시도하는 브이백 출산은 고통이 덜하고 빠른 회복이 가능해 요즘 산모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미국 산부인과학회에서는 자연분만과 제왕절개 둘 중 어느 것이 더 우월하다고 결론 내릴 수 없다는 발표를 내놨다. 신재은 교수는 “자연분만이 제왕절개보다 이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산모가 원하면 의사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분만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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