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역대 최악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여파로 계란 한판 평균 소비자가격이 8000원을 돌파했다. 일부 농가에서는 중간유통단계에서 폭리를 취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계란을 시장에 공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29일 양계협회에 따르면 AI 발생 이전에 하루 4200만개씩 공급되던 달걀이 최근에는 3000만개 수준으로 급감했다. 수급이 줄다보니 전체적으로 가격은 상승했다. 실제로 하루 전인 28일 기준 계란 한 판의 평균 소매가는 8025원으로 한 달 전인 5439원보다 47.5% 폭등했다.
한 판 가격이 8000원을 넘은 것은 지난 1996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계란가격의 집계를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양계농가에서는 물량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중간유통상에 의해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면서 “일부 중간유통상의 사재기가 없다는 정부의 말은 현장을 모르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또 육계계열화와는 달리 계란의 경우 농장 출하가에 제한이 없다는 점을 이용해 농장이 유통업체를 앞세워 폭리를 취한다는 일부 내용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경기도에서 양계장을 운영하는 한 농가에서는 “일반적으로 GP(계란수집센터)로 빠지는 물량을 제외한 전체의 65% 남짓한 물량은 대상인을 통해 중간상인, 소매점으로 유통된다”면서 “농장에서 계란을 받아가는 대상인들의 경우 소화 물량 규모가 어마어마하다보니 실질적인 시세와 수급 조절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0°C 저장창고에 물량을 채워두고 가격이 오르기를 기다리면서 중간상인들에게 (적당히) 물량을 푼다”면서 “결국 최초 농장에서 물량을 받아가는 대상인들이 유통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농가를 운영하는 장모 씨는 GP를 통하지 않고 일선 소매상으로 납품된 계란이 더 비싼 이유가 중간유통상의 유통마진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지역농협과 양계단체 등에서 운영하는 50여개 GP에서는 계란을 수작업으로 선별하고 투과기를 통해 유·무정란을 구별하는 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인건비 등이 계란가격에 반영된다.
실제로 대형마트에서 8000원 수준인 계란가격이 재래시장과 동네 마트에서는 이미 만원을 훌쩍 넘긴 상태다.
장 씨는 “수량이 부족해지면서 고시 가격보다 실질 농장 판매가격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줄어든 수량에 맞춘 수준이라 일부에서 말하는 농장의 폭리는 말도 안 된다”면서 “수급논란의 중심에는 사태를 악용하는 일부 유통상인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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