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창원=강승우 기자]
정유년 새 아침을 맞아 모두들 안녕하신지요. 늘 새해가 되면 철학자가 된 듯한 기분에 젖어 이런 저런 계획을 세우곤 하지만, 별반 소용없이 무위로 끝나게 되는 경험을 많이 하셨을 텐데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새해에 색다른 꿈을 꾸어보는 것도 하릴없이 반복되는 지친 일상에 다소나마 활력이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 모두 소원 성취하는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하면서 제가 새해에 갖는 세 가지 소박한 생각을 부담 없이 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해 보자는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졸업식장에서 다음과 같은 축사를 하였습니다.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이 죽음이다. 죽음은 삶을 대신하여 변화를 만든다. 죽음은 구세대를 대신하도록 신세대에게 길을 터준다.”라고 하면서 졸업식에 참석한 사회 초년병들에게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이 신세대이다. 그러나 머지않아 여러분도 구세대가 되어 사라져 갈 것이다. 너무 극적으로 들렸다면 죄송하지만, 엄연한 사실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이 말씀을 드리는 것은 오늘이 정유년을 시작하는 첫날이지만, 바로 오늘이 또 돌아오는 매일 매일이 지금의 일터에서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면서 근무에 임하여 보자는 것입니다. 삶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흘러가는 과정이어서 한 번 지나간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내일도 또 그 다음 날도 지금의 일터에서 계속 근무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그 판단을 위해서, 내 안에서 고요하게 침묵하고 있지만 나의 생각과 행동을 공정하게 관찰하는 또 다른 ‘나’가 존재함을 잊지 맙시다. 내 안에 있는 공정한 관찰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면, 어느덧 최고가 될 것이고, 더욱 유능한 선․후배, 훌륭한 친구, 사려 깊은 동반자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두 번째 이야기는 더 넓은 세상을 위한 열정과 도전 정신에 대한 것입니다.
‘오리지널스’ 라는 책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교사들에게 가장 마음에 드는 학생들과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학생들의 목록을 만들게 하였는데, 교사들이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학생들은 자기 스스로 규정을 만드는 이른바 비순응자들이었다고 합니다. 교사들은 아주 창의적인 학생들을 차별하고 그들을 말썽꾸러기로 규정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합니다. 결국 체제에 순응하는 법을 터득하고 독창적인 생각을 속으로만 간직하게 되는 아이들은, 많은 사람들이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고장 난 의료체계를 바꾸기 위해 싸우기보다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 불합리한 법을 바꾸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법을 위반한 고객들을 변호하는 변호사를 꿈꾸게 된다고 합니다. 세상이 순조롭게 돌아가게 만들려면 그들이 필요하지만 그들은 세상이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지는 못하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제자리에서 맴돌게 만든다고 합니다. 하지만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이 종국에는 세상을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우리도 변화하는 세상에서 과감한 도전을 하며 도전 과정에서 찾아올지도 모르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맙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저는 산에서 길을 잃었을 때 당황하여 우왕좌왕하는 대신에 ‘내가 정신을 집중하지 못한 탓에 길을 잃었지만, 새로운 등산로를 발견한 것’ 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였고, 그로 인하여 자책감을 떨치고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새해에는 여기 계신 분들 모두 독창성을 최대한 발휘하여 자신은 물론 조직과 사회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하시길 바랍니다.
마지막 이야기는 정의와 사랑에 대한 것입니다.
우리는 사회로부터 자유와 평등과 같은 정의를 선언하고 공정하게 집행할 것을 요구받습니다. 그런데 정의만으로는 부족하고 사랑이 정의와 늘 함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법의 이름으로 정의를 선언하지만, 그 법과 정의에 사랑이 없다면 공허한 메아리에 그쳐 이내 생명력을 잃고 말 것입니다. 만약 어떤 재판의 결과가 사랑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법과 정의에 대한 해석이 올바르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법과 정의의 기준이 모호한 때에 사랑과 관용의 잣대를 사용하여 ‘누구를 더 보호하면 좋을 것인가?’ 혹은 ‘누가 더 양보하면 좋을 것인가?’라는 관점으로 이동해 보면 어떨까요. 사랑 안에서 정의가 실현된다면 그 정의는 우리 모두가 사랑할 수 있는 정의, 그 누구라도 헌신과 희생을 마다하지 않고 지켜낼 만한 울림과 가치가 있는 정의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법원이 단순히 정의를 실현하는 법원에 그치지 않고 정의를 사랑하기까지 하는 법원, 곧 사랑 안에서 정의를 실현하는 법원이라는 의미에서 ‘사랑 법원’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으면 합니다.
여러 모로 부족한 사람의 눌변을 끝까지 경청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새해에 법원가족 여러분들 모두 모두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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