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마무리 된 지 한 달여가 흘렀다. 이번 국감에선 정치, 경제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지만 무엇보다 대기업의 ‘갑질’ 현안이 이슈였다.
이번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는 ‘5대 민생과제’를 강조한 정책으로 특히 주목을 받았다. △온라인플랫폼 △과로‧기후질환사 △불공정갑질 △전세사기 △자영업부채 등 의제를 제시하며 국민의 삶에 밀착돼 있는 불공정을 반드시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인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공정한 사회경제 구조를 바로잡고, 상생과 공존을 통해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쿠키뉴스가 지난 21일 만난 민 의원은 1분1초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국감에서 그는 가맹점 불공정 거래와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등 불공정 갑질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민 의원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대기업 갑질을 지적하며 “기업 거버넌스 개선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 갑질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기업 거버넌스가 건전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상장기업의 경영성과는 기업인의 몫이지만 그 성과가 주주들에게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은 건 오래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결 방안은 상법 개정 뿐”이라며 대주주의 선익에 기댈 것이 아니라 일반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상법을 바꾸면 기업 경영의 주요 의사 결정이 늦어지거나 배임죄 소송이 남발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는데, ‘경영판단에 대한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고 부연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기술탈취, 불공정 계약, 납품단가 후려치기 같은 불공정 관행은 약자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가맹점과 소상공인들은 높은 임대료와 불리한 계약 조건 속에서 절망하고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차별적인 대우로 힘들어하는 상황이다.
특히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는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롯데헬스케어와 스타트업 알고케어 간 발생한 분쟁이 대표적인 사례다. 롯데지주가 대주주(지분100%)인 롯데헬스케어는 롯데 신동빈 회장이 만든 바이오 분야 신생 계열사다.
알고케어는 롯데헬스케어가 CES 2023에서 자사 제품과 유사한 기술을 도용했다고 주장했고, 롯데헬스케어는 범용 기술이라며 맞섰다. 약 6개월간 지속된 해당 분쟁은 지난해 7월 상생협력기금 조성을 통해 롯데헬스케어는 영양제 디스펜서 사업에서 철수하고, 상생 노력에 협력하기로 합의하며 사건은 종결됐다.
민 의원은 해당 사안에 대해 “합의를 통해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비즈니스 생태계에서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갈등과 과제가 존재한다”며 “이는 성장과 확장의 과정에서 고도화된 비즈니스 환경 속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문제이며, 단순히 법적 강제나 처벌로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적 판단보다는 협력과 공정성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생태계를 발전시켜야 한다”면서 “상호 간의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용성을 높이는 건설적이고 협력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사 간 염탐과 아이디어 도용에 의한 위축이 반복되면서 결국 상호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민 의원은 또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법적 규제 강화에 앞서, 비즈니스 생태계의 공정성을 다듬고 사회적 활력을 키우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기술 탈취 분쟁 해결에 유의미한 성과도 내고 있다. 최근 을지로위원회는 5년 간 특허 관련 법적 공방을 이어 온 신한카드와 핀테크 기업 팍스모네의 상생 협약을 이끌어 냈다. 그 공로로 지난 19일 을살리기 신문고 ‘상생 꽃달기’ 행사도 진행했다. 상생 꽃달기는 구조적 갑을 관계, 불공정거래 관행 해결을 위해 2013년 설립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행사 중 하나다.
민 의원은 “대기업의 갑질을 막는 것은 전체 생태계를 위해서 매우 필요한 일”이라며 “시장 경쟁을 가격과 기술로 공정하게 해야 한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착취 구조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결코 오래 가지 못한다. 지속 가능한 포용적 경제 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입법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구조적이고 입법적인 문제 해결이 있어야만 갑과 을 그리고 을과 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면 부당한 특약이 들어 있는 계약을 갑의 강요로 을 회사가 체결하면, 을은 하청회사에 동일한 내용으로 체결하게 된다. 그래서 공정위에서 정한 ‘부당한 특약’에 해당하는 부분은 무효로 해야 한다는 하도급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렇게 당연해 보이지만 반대하는 정당과 집단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과 힘 없는 사람들의 권리를 지키는 게 위원회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을지로위원회는 갑을 관계와 관련한 민원을 계속 받고 있다. 지난해까지 갑질 신고센터를 운영하며 위원회 차원의 갑질 근절을 위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해왔다. 수 년 전 민원에 접수된 내용에선 롯데의 이름이 자주 거론되자 기업 차원의 재발 방지를 촉구하기도 했다.
당시 롯데헬스케어는 부정경쟁방지법상 아이디어 도용과 영업비밀 침해, 공정거래법상 사업활동 방해 중 기술유용, 기술 특허 침해 등의 혐의를 받았다. 공정위는 롯데지주와 롯데헬스케어, 캐논코리아 3사를 대상으로 현장조사에 나섰고, 유관 정부부처는 롯데지주를 비롯한 롯데계열사 전수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민 의원은 “갑질 신고센터라고 명칭을 한 별도의 기구가 없을 뿐 갑질 관련 신고는 상시 들어오고 있다”면서 “관련 사건들을 해결하면서 대기업 갑질 근절 분위기를 사회적으로 환기해 온 것이 지금까지 을지로의 족적이라면 이제는 갑질로 인해 억울해지지 않는 사회 구조를 만드는 데 위원회가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을지로위원회는 기업 불공정행위 근절을 위한 입법도 준비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갑질을 막아낼 ‘온라인 플랫폼법’, 납품단가 연동제를 실질화시킬 ‘하도급법’, 무보험 라이더 문제해결을 위한 ‘생활물류법’, 스스로가 갑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협상력을 부여할 ‘가맹사업법’, ‘중소기업협동조합법’, ‘대리점법’ 등을 민생 공약으로 내걸었다.
민 의원은 앞으로도 현장의 민생 목소리를 바탕으로, 실태 조사를 통해 불공정 거래나 갑질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현장 대응팀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끝으로 그는 “대한민국이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벗어나 함께 성장하는 공존의 사회로 나아가도록 을지로위원회가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