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창원=강승우 기자] 112에 폭행 피해 신고한 초등학생에게 “엄마한테 이야기하라”고 말한 경찰관의 부실 대응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13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오후 6시께 폭행 피해를 호소하는 초등학생 A군의 신고가 112에 접수됐다.
A군은 이날 같은 학교 친구들과 함께 경남 김해의 한 PC방에서 게임을 하던 중 다른 초등학교 학생들과 실력을 놓고 시비가 붙었다.
이 신고를 받은 B경위가 자초지종을 묻자 울먹거리는 A군 대신 친구 C군이 “제 친구가 다른 초등학교 아이들한테 폭력을 당했다”고 말했다.
이에 B경위는 “부모님한테 연락해라. 엄마한테 이야기해라. 엄마한테 신고하도록 하라”고 대답했다.
B경위는 A군 신고를 ‘코드4’로 분류하고 별다른 후속 조처를 하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해 112신고 출동체계를 개편, 기존 3단계에서 경중에 따라 코드0~4로 세분화해 운영하고 있다.
코드0‧1는 최단 시간 내 출동을 목표로 하는 긴급을 요하는 경우이며, 코드4는 원칙적으로 출동하지 않는 긴급성이 없는 민원‧상담 신고로 분류돼 있다.
10여 분 뒤 A군 어머니가 다시 112에 신고해 따졌고, 뒤늦게 경찰은 ‘코드2’로 분류하고 담당 지구대에 연락했다.
이 사이 불안에 떨어야 했던 A군은 아버지가 데리러 올 때까지 PC방을 나가지도 못했다.
3주 진단을 받은 A군은 충격으로 정신과 진료도 같이 받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사례가 초등학생의 학교폭력 신고 건수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발생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한 해 학교폭력 신고센터인 ‘경남117센터’에 접수된 학교폭력 신고 건을 분석한 결과 초등학생의 피해 신고가 가장 많았다.
총 4946건 가운데 초등학생이 3327명(66.7%)으로 절반을 훌쩍 넘었다. 중학생이 877명(17.6%), 고등학생이 641명(12.9%)로 그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재발 방지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인제대학교 김명찬 상담심리치료센터 교수는 “신고자의 피해 호소를 묵살한 것은 우리 사회에서 폭력이 얼마나 진지하게 다뤄지지 않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며 “학교폭력을 근절해야 하는 주체인 학교와 경찰, 유관기관 구성원들에 대한 근본적인 교육과 폭력유형별 대처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 정립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경남대학교 김진혁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학교폭력 유관부서와 달리 상황실 등 다른 부서는 신고 내용의 심각성을 낮게 평가한 탓에 단순 대응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학교폭력의 폐해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학교폭력 신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경남경찰청은 이날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했다.
경남경찰청은 “학교폭력 신고를 받고 즉시 출동하지 않고 미온적으로 대처한 점, 소중한 112 범죄 신고를 부주의하게 다뤄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경남경찰청은 진상파악을 위해 감찰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일선 경찰서에서 수사 중인 이 사건을 직접 재수사하겠다고 했다.
한편 B경위는 감찰 조사에서 “왜 그렇게 대응을 했는지 저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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