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창원=강승우 기자] “살려주세요. 살려줘요. 지금 위치가 산인 것 같아요.”
지난 17일 오후 9시8분께 경남경찰청 112종합상황실에 울먹거리는 한 여성의 다급한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이 자초지종을 묻기도 전에 통화가 끊겼고 곧 전화기마저 꺼져 버렸다.
상황이 급박하다고 판단한 경찰은 즉시 형사팀, 지구대 직원 등 20여 명을 동원해 수색에 나섰다.
경찰은 통신수사를 벌여 이 신고가 거제시 옥포동에서 걸려온 것을 확인, 소재 파악에 집중했다.
5시간이 지났을 무렵. 경찰은 무사히 신고자를 찾았다. 하지만 이내 허탈했다.
허위 신고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여성인 줄 알았던 신고자는 20살 남성 김모씨였다.
김씨는 “최근 방영 중인 TV드라마를 보고 여성 목소리를 흉내내 장난 전화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김씨를 즉결심판에 넘겼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자를 무사히 찾아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긴급 신고가 장난 전화로 확인되면 솔직히 힘이 빠지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경찰력이 낭비되는 112 허위‧장난 신고가 여전히 끊이지 않아 경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같은 허위 신고 때문에 정작 또 다른 신고가 뒷전으로 밀리는 치안 공백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올해 112 허위‧장난 신고한 이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허위 신고로 인한 처벌 건수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도내 허위 신고 처벌 건수는 2014년 108건, 2015년 179건, 2016년 270건으로, 3년 동안 2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에는 6200여 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장난 신고한 강모(54‧여)씨가 구속되는 등 형사입건도 22건이나 됐다.
나머지 248건의 즉결심판 중에는 구류도 1건 있다.
사안에 따라 형사처벌 뿐만 아니라 민사상 책임도 물을 수가 있어 경찰은 장난 신고 자제를 당부하고 나섰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허위‧장난 신고는 범죄 행위라는 점을 명심하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다른 시민에게 돌아가는 만큼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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