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강동주와 함께 성장한 유연석 “후반부 갈수록 여유 생겼죠”

[쿠키인터뷰] 강동주와 함께 성장한 유연석 “후반부 갈수록 여유 생겼죠”

기사승인 2017-01-25 14:05:00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제목과 달리 SBS ‘낭만닥터 김사부’의 실질적 주인공은 강동주(유연석)였다. 김사부와 돌담병원 식구들을 만나 이리저리 부딪히며 성장하는 강동주의 성장 이야기는 드라마를 앞으로 밀고가는 동력 그 자체였다.

드라마를 통해 성장한 건 강동주를 연기한 배우 유연석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4일 선릉로 한 카페에서 만난 유연석은 “후반부에 갈수록 여유가 생기고 감정 조절하는 법도 알게 됐다”며 “나 또한 성장했다”고 말했다. 의학 드라마에 처음 도전한 만큼 수술 장면과 어려운 의학 용어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도 있었다.

“의학 드라마는 일반 드라마보다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해서 쉽지 않았어요. 의학 용어는 전혀 모르는 말이라 외우기가 쉽지 않았죠. 대사를 받아들면 암호 해석하듯이 뜻을 해석하고, 어떤 수술인지 찾아보고, 어떤 처치를 해야 하는지 배워야 해서 시간이 두 세배 정도 걸렸어요. 그런데 정말 어려웠던 의학 용어들도 하다보니까 조금씩 익숙해졌어요. 처음엔 하루 종일 찍었던 수술 장면도 후반부에선 금방 끝났죠. 잘했을 때 칭찬해주시니까 보람되기도 했어요. 후반부 수술 장면은 제가 직접 다 했어요. 한석규 선배님의 손 대역을 해드릴 정도로 숙달이 많이 됐어요. 자문해주시는 의사 선생님이 ‘병원에 와서 레지던트 해볼 생각 없냐’는 농담도 해주실 정도였어요.”

유연석의 성장에 한석규라는 든든한 대선배가 큰 도움을 줬음은 물론이다. 유연석과 한석규의 만남은 처음이 아니다. 2014년 개봉한 영화 ‘상의원’에서 왕(유연석)과 돌석(한석규) 역할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왕과 신하 역할이라는 한계 때문에 눈을 마주치고 연기할 수 없었다. 유연석은 그 아쉬움을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마음껏 해소했다. 한석규와 만나는 장면에서 소리를 지르고 육탄전을 벌였다. 첫 촬영에서 한석규를 향해 사표를 던지며 ‘이 세상을 당신 같은 꼰대들이 만든 거잖아’하고 소리치는 장면을 찍고 그에게 박수받기도 했다.

“한석규 선배님은 저와 마주치는 장면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어요. 함께 고민하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하기도 했고요. 특유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어서 현장을 위트 있게 이끌어 가시다가도, 촬영할 때는 연기에 집중하게 만드세요. 넘치지 않게 연기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를 하신 것도 기억나요. 그걸 ‘이제 우리 20원 어치만 해보자’고 표현하셨죠. 우리가 하려는 것보다 적게 표현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이었어요. 한석규 선배는 대중이 갖고 있는 기대치가 많기 때문에 20원 어치만 써서 연기를 한다고 하면, 저는 아직 더 많은 시도 해봐야하니까 100원 어치를 하자고 하셨죠. 드라마 초반에는 100원이었는데, 후반부가 되니까 ‘너도 이제 50원 어치만 해도 되겠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유연석은 tvN ‘응답하라 1988’로 주목받았지만, 이후 출연한 드라마와 영화에서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응답하라의 저주’라는 수식어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하지만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유연석의 말처럼 ‘낭만닥터 김사부’는 시청자에게 엄청난 호응을 받았다. 첫회 9.5%(닐슨코리아 기준)로 시작한 시청률은 마지막회 27.6%까지 치솟았다. 유연석은 ‘응답하라의 저주’라는 말에 대해 “속상하다”며 솔직한 입장을 털어놨다.

“tvN ‘응답하라’ 시리즈는 대중들에게 좋은 배우들이 많다는 걸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되는 작품이에요. 많은 관심을 받다보니까 기사에서 그런 수식어를 붙이신 것 같아요. 사실 좋은 작품에 그런 안 좋은 수식어가 붙는 것 자체가 속상해요. 아예 안 썼으면 좋겠어요. 배우가 연기를 하다보면 많은 사랑을 받을 때도 있고, 부족하거나 아쉬울 때도 있거든요. 그래서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어요. 제가 악역을 주로 하다가 칠봉이 역할로 이미지가 바뀐 것처럼, 그 수식어도 언젠가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했죠. ‘응답하라’에 출연한 친구들에게 그런 표현을 안 썼으면 좋겠어요.”

유연석은 자신이 연기한 강동주 역할에 대해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만난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 더 연기하다 보면 또 인생 캐릭터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싶다는 유연석은 주변의 관심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다음 작품에 대한 부담감이 없진 않아요. 하지만 많은 관심을 받는다고 해서 제 자신이 바뀌는 건 아니잖아요. 주변의 시선과 관심이 달라지는 것뿐이죠. 오히려 더 달라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지금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고 해서 얼마나 가겠어요. 하지만 기대해주시는 분들에게 실망 끼치지 말아야겠다는 책임감은 들어요. 특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연기적으로 호평을 많이 보내주셔서, 그에 대한 기대에 만족시키기 위해 더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인기를 얻는 데 치우치기보다 근본적인 것부터 다시 잡아가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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