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강하늘 "정의감과 문제 해결의식?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이 좋아"

[쿠키인터뷰] 강하늘 "정의감과 문제 해결의식?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이 좋아"

기사승인 2017-02-14 08:00:00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영화 ‘재심’(감독 김태윤)의 현우는 억울한 사람이다. 저지르지도 않은 살인사건에 휘말려, 경찰과 검찰의 강요에 살인범임을 강제로 자백하고 10년 동안 감옥살이를 했다. 순진한 10대가 억울하게 10년 동안 감옥에 갇혀 느낀 것은 분노와 억울함이다. 이후 변호사인 준영(정우)을 만나 자신의 억울함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현우를 맡은 강하늘은 극 중에서 내내 날카롭고 예민하다. 재미있는 것은 실제의 강하늘은 현우와는 거의 반대되는 삶의 태도를 고수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저요? 살면서 억울해 해본 적이 거의 없어요. 모든 일은 일어나야 했기 때문에 일어났다고 생각하거든요.” 최근 ‘재심’ 개봉을 앞두고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하늘의 말이다.

“누군가는 저 보고 무책임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실제로도 그렇게 살고 있고요. 어떤 사건에 대해 문제의식에 사로잡혀서 해결하고자 정의감을 불태워본 적도 없어요.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그게 제 생각이고 그렇게 생각하면 평소 별다르게 억울함을 느낄 일도 자연스레 많이 사라지죠.”

이제 고작 27세가 된 배우의 말 치고는 대단히 해탈한 듯한 삶의 자세다. 그러나 강하늘은 그런 태도를 “연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습득한 것”이라고 밝혔다. 어떤 특정한 감정에 치우치거나 매몰되는 것은 배우로서 좋지 않다는 것이다.

“배우가 연기하는 것은 실제의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아니라 극적인 상황을 모아 만든 극화예요. 그러다 보니 가장 극적인 것들을 표현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연기를 할 때 특정한 극적 감정에 치우쳐버리면 안 좋은 찌꺼기들이 생겨나요. 쉬운 이야기로, 극중에서 현우는 억울해 보여야 하지만 제가 실제로 ‘억울하다’는 감정을 녹이는 순간 이야기는 훨씬 과해지죠. 상황 그대로만 흘러가는 대로 표현한다면, 관객들은 시나리오를 따라 자연스럽게 현우의 억울함에 관해 공감할 수 있는데도 말이에요.”

강하늘은 그래서 그저 자유롭고 껄렁한 현우를 연기하고자 했다. 교복도 입어 보고, 동네 다방 아가씨에게 설레기도 하는 동네 불량아. 수감생활 이후에는 마음의 문을 닫았다가, 변호사 준영을 향해 마음을 여는 과정은 관객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긴다.

실제 사건인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다룬 만큼 부담도 있을 만하다. 현우는 실제 수감 피해자인 최군을 기반으로 만든 캐릭터다. 자연스레 실제 인물을 표현하는 부담감을 넘어서서, 사건에 대한 선입견까지 우려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강하늘은 그런 부담은 없었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대중들이 흔히 실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을 보고 해당 배역에게 사건을 겹쳐 보는 경우가 있어요. 거기에 더해 제 이미지까지 배역에 영향을 받기도 하죠. 그렇지만 그런 것은 제가 고려할 부분은 아니에요. 저는 어쩌다 보니 실화 기반 작품을 세 번째로 하고 있는데, 아무리 기본 틀이 실화라고 해도 제가 연기하는 것은 다시 쓰여진 시나리오잖아요. 배우가 해야할 건 딱 시나리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괜히 제가 실화를 자꾸 염두에 두고 연기하려고 하면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아요. 욕심을 부리게 되기도 하고. 이 시나리오 안에 얼마나 많은 사실이 존재하는지는 모르지만, 제가 가져야 할 부담이 있다면 그저 시나리오를 잘 설명하고 관객을 설득하는 것이죠.”

‘재심’은 15일 개봉한다.

onbge@kukinews.com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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