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최근 방송된 직장인 드라마 중 tvN ‘미생’과 KBS2 ‘김과장’이 시청자들에게 유독 많은 사랑을 받았다. 첫 방송을 앞둔 MBC 새 수목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도 직장인들을 다루는 드라마다. 당연히 비교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신 있는 차별 포인트가 있다. 여성 계약직 사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이다.
‘자체발광 오피스’는 시한부 삶에 충격을 받고 180도 변신을 선언한 슈퍼 을 신입사원 은호원(고아성)의 오피스 입문기를 그리는 드라마다. 고아성은 소심한 성격으로 참는 게 특기지만 시한부 삶을 알게 된 후 할말 다하는 사이다 캐릭터로 변신하는 은호원 역을 맡았다. 하석진은 유학파 출신의 까다롭고 냉혈한 성격의 상사 서우진 역을 맡았다.
13일 오후 2시 서울 성암로 상암 MBC 사옥에서 열린 MBC 새 수목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 제작발표회에서 정지인 PD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지키고 있는 KBS2 ‘김과장’에 대해 “비교를 많이 당할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정 PD는 “어떻게 차별화 할지 고민을 많이했다”며 “여성 계약직과 남성 계약직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20~40대 여성들이 직장생활에서 겪는 현실을 표현해보고자 했다. 또 갑을 관계가 얼마든지 뒤바뀔 수도 있다. 다양한 상황을 그리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김과장’을 종종 보고 있다는 하석진도 정 PD의 설명에 말을 보탰다. 하석진은 “‘김과장’의 마지막 2주와 ‘자체발광 오피스’의 초반부가 겹친다”며 “2주 동안 우리가 잘 만들면 그 후에 ‘김과장’의 시청자층을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체발광 오피스’만의 특별한 팬층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자체발광 오피스’는 계약직 직원을 주인공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미생’과도 비교를 피할 수 없다. ‘미생’은 바둑을 두다가 계약직 신입 사원으로 입사한 장그래를 주인공으로 그가 고군분투 하는 모습을 현실적이고 무겁게 그려냈다. 덕분에 다양한 연령층의 직장인들에게 많은 공감을 줬다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이에 대해 정 PD는 “‘미생’은 남자 계약직 사원의 이야기이고, 우리는 여자 계약직 사원이 주인공”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당연히 ‘미생’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며 “개인적으로 ‘미생’을 보면서 너무 현실적이라 답답한 면도 있었다. 힘든 직장생활의 이야기를 더 따뜻하게 그리고 싶었다. 배우들의 연기 톤도 귀엽게 잡으려고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주연을 맡은 고아성과 하석진에게 직장인은 익숙한 역할이다. 고아성은 2015년 개봉한 영화 ‘오피스’에서 계약직 신입사원 역할을 소화한 적이 있다. 하석진 역시 지난해 tvN 드라마 ‘혼술남녀’에서 냉정하고 까다로운 공무원시험 강사 역할을 맡은 바 있다.
이날 고아성은 “제목부터 전작과 겹쳐서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도 “막상 대본을 보니까 역할은 비슷해도 장르가 많이 달랐다. 을의 입장에서 혼나고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속으로 쌓여있는 모습은 비슷하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마음껏 분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석진은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때부터 전작과 비슷한 역할이라는 데 부담을 느꼈다”며 “드라마 초반에 비춰지는 이미지는 비슷한 점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잘난 사람도 결국 전체 사회에선 을이 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중반부부터는 갑과의 대결에서 좌절을 느끼는 모습이 나올 것 같다”고 털어놨다.
‘자체발광 오피스’는 지난 9일 종영된 MBC 수목드라마 ‘미씽나인’ 후속으로 오는 15일 오후 10시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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