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엄현경 "지금도 스타의 길은 너무 멀죠"

[쿠키인터뷰] 엄현경 "지금도 스타의 길은 너무 멀죠"

기사승인 2017-03-28 17:50:13

[쿠키뉴스=인세현 기자] 예능 출연은 배우에게 양날의 검이다. 이름을 알리며 화제성을 끌어 올릴 수 있지만, 연기 외적인 이미지 소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면에 있어서 엄현경은 양날의 검을 영리하게 사용할 줄 아는 배우다. 

엄현경은 최근 종영된 SBS 월화극 ‘피고인’에서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나연희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더불어 매주 KBS2 예능 ‘해피투게더’에 고정 출연하며 엉뚱하지만 솔직한 모습으로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고 있다. 28일 서울 이태원로 한 카페에서 엄현경을 만나 예능 이미지 소비에 대한 우려가 없느냐고 묻자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한다”며 소탈하게 웃었다. 정작 본인은 그런 걱정을 별로 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예능에서 저의 본 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준다고 주변에서 ‘연기할 때 어떻게 하려고 해?’라는 걱정을 많이 해요. 저는 그런 고민을 하지는 않아요. 일단 부딪혀 보고 큰 문제가 생기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야겠다는 자세예요. 미래에 대해 걱정하기보다는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예능을 하고 있으니 거기에 최선을 다하고 제 본업인 연기에도 집중하면 되는 거죠.”

예능과 드라마 두 가지 일을 병행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촬영 준비를 위해 옷을 갈아입는 순간 엄현경은 나연희로 변신했다. 엄현경은 “시청자가 ‘피고인’에서 만큼은 ‘해피투게더’의 엄현경이 아닌 나연희로 저를 봐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두 가지 일을 함께하는 게 어렵다기보다는 제가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아침에 ‘피고인’ 촬영을 하다가 오후에는 ‘해피투게더’ 촬영을 하고, 다시 ‘피고인’ 촬영을 한 날도 있어요. 걱정했는데, 신기하게 촬영을 위해 옷을 갈아입고 분장을 하는 순간 제가 그 사람이 되는 경험을 했죠.”

엄현경이 각각의 분야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엄현경은 “제가 인복이 많다”며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공을 돌렸다. ‘피고인’에서 합을 맞췄던 엄기준은 엄현경을 배려하며 좋은 연기를 펼칠 수 있게 도왔다. 마주치는 장면이 적었던 지성 또한 엄현경이 중요한 장면을 제대로 촬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해피투게더’에 함께 출연 중인 방송인 유재석과 전현무는 엄현경의 극 중 대사를 따라 하며 응원했다.

“‘피고인’ 촬영장이 워낙 유쾌했어요. 특히 엄기준 씨는 제가 연기에 대해 물어보면 친절하게 답해주셨죠. 제가 감정에 대해 고민하면 ‘네가 생각하는 게 정답이다’라고 이야기해 주셨어요. 지성 씨는 마지막 두세 장면을 함께 촬영했는데 저에게 ‘여기서는 차분하게 다 끝났다고 생각해봐라’는 조언을 해주셨어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장면에 필요한 감정이 올라오면서 연기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엄현경은 지난 10년간 무명 아닌 무명이었지만, 그때도 행복했다. 스타가 돼야겠다는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주워진 일을 하다 보니 우연한 기회에 ‘해피투게더’에 출연했고, 그곳에 자리를 잡은 것이 엄현경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됐다. ‘피고인’을 통해 다시 새로운 전환을 맞은 지금, 엄현경은 아직도 스타가 될 생각이 없을까.

“지금도 스타의 길은 너무 멀지 않나요(웃음). 지금은 많은 분이 잠깐 저의 존재를 알게 된 정도라고 생각해요. 일단 그걸로 만족해요. 저는 연기를 정말 좋아하고, 연기자는 저에게 정말 좋은 직업이에요. 그래서 그저 꾸준히 연기하고 예능 출연하고 싶어요. 어디든 그 자리에 녹아 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해야 할까요. 아직 한 발만 딛고 있는 기분이에요. 이제 양발을 디딜 수 있게 노력해야죠.”

inout@kukinews.com / 사진=박효상 기자

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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