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물생심에 전과자 될 뻔했다 경미범죄 심사로 구제

견물생심에 전과자 될 뻔했다 경미범죄 심사로 구제

기사승인 2017-04-03 15:16:54

 

[쿠키뉴스 창원=강승우 기자] “앞으로 절대 남의 물건에 손대지 않겠습니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반성하고 성실히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난달 30일 경남 창원중부경찰서에서는 올해 처음 경미범죄 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나온 A(51)씨는 반성하며 고개를 떨궜다.

A씨는 지난 2월 부인과 함께 창원시내에 있는 한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그런데 A씨는 이곳에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다른 사람이 구입한 26000원짜리 커피믹스 1통이 자신의 짐에 같이 있었던 것.

A씨 부인이 이 사실을 이야기했지만 A씨는 아랑곳 하지 않고 그냥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별일 있겠냐고 생각했던 A씨에게 며칠 뒤 경찰이 찾아왔다.

A씨는 경찰이 경위를 추궁하자 덜컥 겁이 났다.

다행히 A씨는 사안이 경미해 형사입건은 되지 않았다.

대신 경찰은 A씨를 즉결심판에 회부하기로 했다.

이날 열린 경미범죄 심사위원회는 A씨가 훔칠 의도가 없었고 피해 회복이 된 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들어 훈방하기로 했다.

즉결심판 대상에서 감경 처분된 것이다.

A씨 말고도 절도 혐의로 형사입건된 심의 대상자가 5명이 더 있었는데, 모두 즉결심판 회부로 감경 조처됐다.

절도 혐의라고는 하나 대부분 견물생심에 혹해 소액 금품을 훔치다 적발된 경우였다.

이들 중에는 배가 고파서 8000원어치 과자를 마트에서 훔치다 걸린 70대 노인도 있었다.

경찰은 무분별한 전과자 양성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3년 처음 경미범죄 심사위원회 제도를 도입했다.

현대판 장발장 구제제도라고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3년 당시 경남에서는 마산동부경찰서를 포함해 전국 5개 경찰서에서 운영했다.

2015년 시범 운영을 거쳐 최근에는 전국 1급지 경찰서로 본격적으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경찰서장을 위원장으로, 교수 등으로 구성된 외부 시민위원이 사건의 피해정도죄질사유 등을 전반적으로 판단한 뒤 최종 감경 여부를 심사한다.

하지만 죄가 가볍다고 해도 범죄를 저지른 모두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지지는 않는다.

대상자들이 초범이어야 하고, 피해자의 피해 회복이 돼야 하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야 하며, 죄질과 피해액이 경미해야 하는 조건을 모두 충족돼야 가능하다.

김희규(경무관) 창원중부경찰서장은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깊이 반성하는 시민들에 대한 선처를 통해 전과자 양산을 방지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바르고 건강한 공동체 구현을 위해 올바른 심사위원회를 운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kang@kukinews.com

강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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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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