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한쪽 팔이 불편해진 이후 권태로운 삶을 사는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삶에 모든 것에 조심스러운 여자가 나타난다. 도축업체의 재무이사로 근무하는 남자는 고기 등급을 정하는 여자의 관리자다. 하지만 거리를 두는 그녀에게 다가가기는 쉽지 않다. 우연히 상담을 받다가 두 사람은 매일 서로 같은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꿈을 통해 연결된 두 남녀는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에 관심이 없다. 대신 자신과 연결되어 있는 누군가를 통해 이전보다 나은 삶을 살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가까워지기 위한 두 사람의 노력에도 자꾸 엇나가는 일이 반복된다. 남자는 괴로워하고, 여자는 극단적인 선택을 결심한다.
평범한 이야기지만 영화는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두 사람을 둘러싼 직장 동료들과 자신의 일에 대한 철학, 그리고 개인의 고민과 두려움에 대해 늘어놓으며 영화 속 세계를 탄탄히 구축해간다. 또 어떤 일에도 동요하지 않을 것 같은 주인공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와 감정의 움직임을 쫓아가게 만든다.
두 사람의 디테일한 모습까지 끈질기게 그려낸 일디코 엔예디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긴 시간 캐스팅에 공을 들였다는 감독의 말처럼 모든 배우들이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꿈 속에 등장하는 사슴까지 연기 트레이닝을 받았다는 말도 수긍이 갈 정도다. 남자 주인공이 처음 연기에 도전한 아마추어 배우라는 사실은 놀랍다.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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