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살아 숨 쉬는 캐릭터들의 매력은 최근 종영된 KBS2 수목드라마 '추리의 여왕'이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았던 이유 중 하나다. 극 중 등장인물들이 주인공이나 사건을 위해 소모되지 않고 각자 자기 생각대로 움직이고 말했다. 처음 만난 하완승(권상우)과 유설옥(최강희)의 주변 인물들이 한 데 뭉쳐서 서로의 생각을 얘기하고 부딪치며 사건을 해결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하는 대형 로펌 하앤정의 변호사 정지원도 그중 하나다. 주인공과 반대편에 서서 갈등을 일으키는 정지원은 냉철한 말투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말할 줄 아는 당당한 인물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인간적인 여성이기도 했었다. 지난 1일 서울 월드컵북로 쿠키뉴스 사무실에서 만난 신현빈은 정지원 역할을 처음 맡게 된 이야기부터 꺼냈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신선한 느낌이 들었어요. 드라마의 콘셉트도 특이했고 정지원의 캐릭터도 새롭게, 재밌게 그릴 수 있겠다 싶었죠. 감독님도 뻔하지 않게 연기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많이 하셨어요. 남자주인공을 좋아하는 표현이나 전문직 변호사의 느낌을 기존 작품과 다르게 그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아는 분을 통해서 실제 변호사를 만나고 얘기를 듣기도 했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변호사에 대한 이미지도 편견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다 다른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했죠.”
정지원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신현빈은 자신의 해석을 다양한 각도로 설명하는 데 긴 시간을 할애했다. 그만큼 인물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는 얘기다. 배우로서 역할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된 지점도 분명했다. 정지원에게 느낀 개인적인 호감이 그녀의 말 속에 묻어나오기도 했다.
“전 지원이가 멋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지원이는 누구에게도 굴하지 않아요. 건달들이 떼로 찾아와도 할 말을 다 하고, 경찰서에서 곧장 형사과장을 찾아가 거래를 하기도 했죠. 상황과 사람을 가리지 않고 항상 똑같은 사람, 자기에 대한 확신이 있는 당당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또 지원이가 정말 성공에 대한 야망이 큰 사람일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만약 지원이가 완승이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결혼하려고 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굳이 결혼하지 않아도 원하는 걸 가질 능력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도 결혼을 계획한 건 자신의 마음을 포장하는 의미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랬기 때문에 완승이가 약혼을 안 하겠다고 했을 때 직접 쫓아갔을 거예요. 필요에 의해서 결혼하고 싶었던 거면 굳이 그러진 않았겠죠. 스스로도 혼란스러웠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실제 현실에서의 신현빈은 극 중 정지원처럼은 못할 것 같다고 손을 내저었다. 두려움 없이 자신의 길을 가는 정지원에서 속 시원함을 느끼기도 했단다. 평소 자신의 성격에 관한 이야기도 덧붙였다.
“지원이와 비슷한 점이 어느 정도 있기는 해요. 하지만 지원이처럼 거침없이 자신의 길을 가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덕분에 연기하면서 속 시원하기도 했어요. 현실의 저는 이런저런 모습이 섞여 있는 것 같아요. 영화 취향도, 성격도 그래요. 조용할 때도 있고 시끄러울 때도 있어요. 며칠씩 집에서 안 나가기도 하고, 매일 밖에 나갈 때도 있어요. 극단적인 모습들이 섞여 있는 느낌이에요.”
‘봄 소풍 간다’ 생각하고 현장에 오라고 했던 감독의 말 때문일까. 신현빈에게 ‘추리의 여왕’은 2017년 봄의 이미지로 남을 예정이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난 것도, 새로운 시도로 촬영하는 현장도 재밌었다.
“촬영 전에 감독님이 ‘날 좋을 때 봄 소풍 간다’ 생각하고 와서 재밌게 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하셨어요. 그래서인지 봄 소풍 느낌이 많이 들었죠. 그만큼 정말 즐겁게 찍었어요. 이렇게 매번 정장에 하이힐을 신고 풀 메이크업을 하는 캐릭터도 처음이었어요. 촬영하면서 했던 새로운 시도들도 재밌었어요. 무엇을 상상해도 다른 게 나오는 현장이었죠. 시간이 지나도 ‘2017년 봄엔 ‘추리의 여왕’을 했었지‘ 하고 추억할 수 있는 따뜻했던 시간으로 남을 것 같아요.”
bluebell@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