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전미옥 기자] “마냥 긍정적이게 사는 것도 괜찮습니다. 주변사람들을 배려하되 최선을 다한다면 고달픈 일은 있더라도 결과가 나쁘지는 않을 겁니다.”
박경아 연세대 의대 명예교수의 말이다. 그는 해부학자로서 한국여자의사회장, 세계여자의사회장 등을 역임한 의료계의 대표적인 여성리더다. 현재 연세대 의대 해부학교실 교수로 정년퇴임한 이후 명예교수로 남아 교육자의 길을 이어가고 있다.
박 교수는 한평생 해부학자로서 대학에서 연구와 교육에 몰두해왔다. 해부학의 매력에 대해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우리 몸의 기관 중 필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콩팥도 두 개이기 때문에 기증할 수 있지 않느냐”며 “우리 몸의 구조 하나 하나에서 조물주의 배려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부학은 의사가 되려는 이는 모두 거쳐야하는 기초 중에 기초인 학문”이라며 “학생들에게도 의사라는 직업은 타인의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기초적인 의학지식을 철저히 갖출 것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박 교수는 3년간의 세계여자의사회장 임기를 무사히 마쳤다. 세계여자의사회(MWIA)는 전 세계 여성 의사들을 대표하는 기구로 학술교류뿐 아니라 여성 인권 문제 등을 지원하고 있다. 세계여자의사회장으로서 그가 주목한 이슈는 가정폭력과 성폭력 문제다. 박 교수는 “세계 곳곳에 여성에 대한 폭력이 만연해있었다”며 “여성폭력 근절은 물론 폭력으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는 것도 의사들의 역할인 만큼 여성폭력 예방․ 케어 매뉴얼을 만들고 알리는 데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세계 여자 의사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오갈까. 박 교수는 “세계여자의사회 세계대회가 열리면 대학교수와 개원의, 원로의사와 젊은 의사를 막론하고 여러 의사들이 모이기 때문에 대화주제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여성들의 고민거리도 우리와 비슷하다”며 “학술적인 논의도 이뤄지지만 특히 아이를 키우는 육아문제, 일과 가정 양립 문제 대한 고민 등이 많다”고 했다.
세계 여성들에게도 가정은 주된 고민거리 중 하나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주변에 도움을 청하라”고 강조한다. 직장생활과 육아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한 슈퍼우먼을 기대하는 세태와는 다른 발언이다. 박 교수는 “일과 가정의 밸런스는 중요한 문제”라면서 “여의사들이 병원에 근무하면서 혼자 육아까지 완벽하게 커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본인이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후배 여성의사들에게 “최근 각 분야에서 젊은 여성의사들이 약진하고 있어서 든든하다”며 “자신의 분야에서 실력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그는 “여성의사들의 강점은 진료면 진료, 연구면 연구 등 한 분야에 순수하게 파고드는 면이 아닐까 한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력이 가장 중요하다. 제자들에게도 항상 최선을 다할 것을 강조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