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형이 뭐길래?” 암‧뇌‧심장 담보 판매 중단 원인은

“비례형이 뭐길래?” 암‧뇌‧심장 담보 판매 중단 원인은

기사승인 2024-11-26 06:00:09
게티이미지뱅크

보험업계가 비례형 주요치료비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과잉 의료행위를 부추긴다고 지적을 받은 영향이다. 현재는 정액형 주요치료비 상품만 현재 판매되고 있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22일 보험사를 소집해 암과 2대 질환(뇌‧심혈관) 주요치료비 비례형 담보를 모두 판매 종료하라고 권고했다.

담보란 보험을 구성하는 요소를 말한다. 입원비나 수술비 같은 보장 항목이 담보다. 판매가 중단된 암과 2대 질환 주요 치료비 담보는 해당 질환에 걸렸을 때 주로 받는 치료비와 입원비, 수술비 등 폭넓은 의료비를 보장한다.

본래 의료비는 실손건강보험이 보장하는 영역이다. 주요치료비 가입자는 실손보험과 중복으로 보장을 받을 수 있다. 실손보험으로 치료비를 보장받고 주요치료비 보험금은 생활비나 간병비에 보탤 수 있어 인기를 끌었다.

특히 비례형 주요치료비 담보가 인기였다. 정해진 보험금이 지급되는 정액형 담보와 달리 총 치료비가 클수록 보험금이 많이 지급됐기 때문이다. 가장 높은 치료비 구간을 기준으로 보면 정액형보다 지급 금액이 5배에 달하는 경우도 있었다. 

암 주요치료비 비례형 담보를 보면 의료비 구간을 300만원, 500만원, 700만원, 1000만원 이상 등으로 세분화했다. 구간에 따라 최소 300만원에서 최대 1억5000만원의 보험금이 지급된다. 반면 정액형은 지급 보험금이 2~3000만원에 불과하다. 2대 주요치료비 담보 역시 비례형은 최대 보험금이 5000만원인 반면 정액형은 3000만원 이하를 보였다. 

당국은 비례형 담보가 과잉 의료행위를 부추긴다고 봤다. 치료를 많이 받을수록 비례형 담보로 받는 보험금이 늘어나는 만큼 고의로 비싼 치료를 받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실손보험 지출도 덩달아 커질 수 있다. 실제 표적 항암이나 로봇 수술 등 비싼 비급여 치료를 받더라도 비용 부담이 없다는 식으로 판매가 이뤄진 사례도 있다.

또한 당국은 실손과 보장이 중복되는 점도 과잉의료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일부 보험사들은 지난 22일 판매 중단이 예고된 주요치료비 담보 가입을 추천하면서 실손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없는 비용까지 받을 수 있다고 가입을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에서는 보험을 악용해 과잉 의료를 받는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병원과 보험 설계사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병원에 가면 보험사에 청구하면 다 된다면서 치료를 권한다”면서 “보험사가 좋은 상품을 만들어도 병원과 설계사가 나서서 의료 쇼핑을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다만 상품 판매 중단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또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가 한동안 경쟁적으로 상품을 내놨던 건 소비자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보험사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찾는 상품을 왜 이렇게 (중단)하는지 불만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동주 기자
par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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