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윤민섭 기자] 혼돈과 파란으로 점철된 시즌이다. 한여름보다 뜨거웠던 롤챔스 서머도 어느덧 2주 일정만을 남겨놓고 있다.
정규 시즌 순위표는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다. 롱주 게이밍과 삼성 갤럭시, kt 롤스터가 11승3패로 선두 그룹을 형성했다. 창단 최초로 4연패를 당한 SK텔레콤 T1이 9승5패로 그 뒤를 잇는다. 아프리카 프릭스가 8승6패, 진에어 그린윙스가 7승7패로 플레이오프를 노린다.
1위 그룹 3팀 간 맞대결이 곧 펼쳐진다. 25일에 삼성과 kt의 경기가, 8월 1일에 kt와 롱주의 승부가 예정돼있다. 이어 6일 롱주와 삼성의 경기를 끝으로 정규 시즌이 마무리된다. 두 경기를 전부 잡는 팀이 우승 경쟁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된다. 정규 시즌 1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세 팀 모두 포스트 시즌 진출이 확실시 되는 만큼 전초전 성격도 띈다.
삼성 입장에서는 이번 kt전이 가장 중요하다. 한때 19세트 연패를 기록했을 정도로 상성이 나쁜 상대다. 지난 스프링 준결승에서 0대3으로 대패했다. 올 시즌 1라운드 경기에서도 0대2로 무기력하게 패해 승점을 헌납했다. 삼성이 스프링 시즌(3위)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이번 경기를 통해 ‘kt 공포증’을 극복하는 게 최우선이다.
현 상황이 좋지는 않다. 겉으로 드러난 성적과는 달리, 1라운드 후반부터 경기력에 의문부호가 붙고 있는 삼성이다. 원거리 딜러 ‘룰러’ 박재혁이 새로운 에이스로 등극해 팀에 승리를 안기고는 있다. 그러나 원거리 딜러가 팀에서 가장 돋보인다는 건, 그만큼 다른 라이너들이 초반 제 몫을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 지난 22일에는 ‘꼴찌’ MVP 상대로 1대2 충격패를 당했다. 라이너들의 기복과 순간 판단력 등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승리의 여신은 kt 쪽을 향해 미소 짓고 있다. kt는 2연패 뒤 4연승을 거두며 최고도에 올랐다. 경기력 또한 ‘역대급’이라는 평이다. 7.13 패치로 인한 메타 변화에도 가장 능숙하게 적응했다. 강한 라인전 능력을 바탕으로 초반 15분간 상대방과의 격차를 최대한 벌린다. 이후 급속도로 스노우 볼을 굴려 승리를 챙긴다. kt 롤스터만의 팀 컬러가 확실해졌다. 여기에 유독 삼성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왔던 ‘스코어’ 고동빈의 활약도 눈부시다.
‘절대강자’ SKT가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스멥’ 송경호의 말처럼 다른 팀에게 “기회가 온 시즌”이다. kt와 삼성의 우승 기록은 ‘2014’에 멈춰있다. 단일팀 출범 이후 첫 우승 트로피를 노리는 두 팀이다. 롱주도 창단 후 처음으로 롤챔스 트로피를 목전에 뒀다. 우승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셈이다.
이중 삼성은 2015년부터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2년 반, 5시즌 동안 순서대로 8위, 7위, 6위, 4위, 3위를 기록해왔다. 단 한 번도 순위가 내려간 적이 없다. 이제 이들에게 남은 것은 우승뿐이다.
▶ 롤드컵 진출 위해서도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진출도 고려해야 한다. 롤드컵 단골손님이었던 락스 타이거즈가 올 초 리빌딩을 선언했다. 전 시즌 우승팀은 유례없이 휘청이고 있다. 기존 3강 체제가 붕괴됐다. 롤드컵 진출의 기회 역시 모두에게 열렸다.
현재 SKT가 90점, kt가 70점의 롤드컵 진출 서킷 포인트를 확보했다. 삼성이 50점, MVP가 30점, 아프리카 프릭스가 10점으로 그 뒤를 쫓는다.
서머 우승팀에겐 롤드컵 본선 직행권한이 주어진다. 준우승팀에게 서킷 포인트 90점이 추가된다. 3위팀은 70점을 받는다. 이를 합산해 가장 많은 서킷 포인트를 쌓은 1팀도 롤드컵에 직행한다. 이후 지역 선발전을 거쳐 마지막 1팀을 가린다.
때문에 각 팀은 보다 높은 순위로 정규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어 한다. 롤드컵 직행을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서킷 포인트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롱주가 우승할 경우 삼성보다 서킷 포인트에서 앞서는 SKT와 kt가 롤드컵 직행에 가장 가까워진다. 삼성은 여지없이 지역 선발전행이다. 혹은 선발전에서 kt와 외나무 다리 맞대결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 또 SKT나 kt가 우승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4위권까지 밀려나게 된다.
때문에 이번 25일 경기를 통해 천적 관계를 깨부수는 것이 삼성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즌 당락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승부처인 셈이다.
yoonminseop@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