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창원=강승우 기자] 발달장애인들의 스포츠 축제인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 전국 하계대회’가 무더위 속에 열려 정작 선수들의 건강은 뒷전으로 밀린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면서 대회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올해로 13회째를 맞고 있는 이번 하계 대회는 지난 25일부터 3일간 경남 창원에서 열렸다.
◇폭염주의보 발효 중 장애인 선수들 야외서 육상 달리기
이번 대회가 논란을 빚고 있는 것은 붙볕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는 중에 추진되면서다.
대회 마지막날인 27일 오전 육상 경기가 진행 중인 창원종합운동장을 찾아가봤다.
이날 오전 11시를 기해 창원기상대는 창원지역에 폭염주의보를 발효했다.
폭염주의보는 낮 최고기온이 섭씨 33도 이상인 경우가 2일 이상 지속될 때 발효되는 폭염특보다.
운동장에서는 육상 달리기 종목에 출전한 장애인 선수들이 400m 트랙을 열심히 뛰고 있었다.
기자가 선수들이 뛰고 있는 트랙에 온도계를 놔두고 지면 온도를 측정해봤다.
창원기상대는 이 시각 창원지역 온도가 30도라고 했다.
5분 정도가 지난 뒤 온도계를 확인한 결과 수은주는 35도를 가리켰다.
실제 장애인 선수들이 뛰고 있는 트랙이 5도가량 높은 것이다.
온도계를 트랙에 놔둔 지 20분 정도가 지났을 때는 수은주가 40도를 넘어서기도 했다.
달리기 종목에 출전한 선수들의 얼굴에는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몇몇 선수는 코치들의 “뛰어. 뛰어”라는 재촉에도 달리기를 포기한 듯 걸어가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
그늘에서 쉬고 있던 한 남자 선수는 연신 "덥다. 더워"라면서 생수를 쭉 들이켜 마셨다.
이번 대회에 1000여 명의 장애인 선수들이 육상‧수영‧축구 등 총 7개 종목에 출전했다.
이 가운데 690여 명의 선수가 출전한 육상‧축구‧보체 등 3개 종목이 야외에서 진행됐다.
◇SOK 대회 규정에는 하계 대회 8월 개최가 원칙
문제는 폭염 속에서 대회가 진행이 되더라도 현재는 마땅히 이를 제재할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SOK 전국대회 규정에는 ‘전국대회는 개최 시‧도 여건을 감안해 시기를 조정할 수 있으나 하계대회는 8월 중에, 동계대회는 2월 중에 개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추후 하계 대회도 계속 혹서기에 열릴 여지가 있다.
반면 대한장애인체육회 주관으로 열리는 전국장애인체육대회의 하계대회는 10월 중에 개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SOK 하계 대회 개최 시기를 두고 논란의 소지가 나오는 대목이다.
대한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여러 사정을 감안해 전국장애인체육대회의 개최 시기를 10월 중에 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부득이하게 시기가 변경돼 11월에 개최한 적은 있다”면서 “37년 만에 올해 처음 9월에 개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한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SOK가 2015년 대한장애인체육회 가맹회원에 탈퇴해 사단법인으로 운영되면서 이런 문제가 제기되더라도 현재로써는 마땅히 제재할 근거는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SOK 측은 하계 대회를 8월에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밝혔다.
SOK 대회 현장 관계자는 “하계 대회에 출전한 선수 대부분이 13세에서 18세의 학생들로, 당일 경기도 선수들의 자발적 출전 의사에 따라 진행한다. 절대 강요하는 등 무리하게 진행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수들과 감독, 코치 등을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 확보하는 게 대회 외적으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면서 “일반 숙박시설에서는 대규모의 장애인들을 받아주기 쉽지 않는 것도 사실 불편한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사정이 이렇다보니 주로 대회가 열리는 지역의 대학교 기숙사를 이용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출전하는 학생들의 방학 기간에 맞출 수밖에 없다”며 “개최 시기를 두고 협의를 해보자는 문화관광부의 연락을 받은 만큼 이에 대한 방법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스페셜올림픽은 지적‧자폐성장애인들의 신체적 적응력을 향상시키고 생산적인 사회구성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기여하는 국제적 운동으로, 비영리국제 스포츠기구다.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문화관광부 산하 대한장애인체육회 가맹단체로 가입, 2008년 (사)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가 출범됐다.
2015년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와 대한지적장애인스포츠협회가 통합, 문화관광부 산하 체육단체 (사)스페셜올림픽코리아로 새로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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