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에 대응하기 위한 대북(對北) 제재결의안 초안을 주말인 5일(현지시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이는 북한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던 미·중 양국이 한 발씩 물러서며, 대북 제재에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은 이날 안보리 15개 상임·비상임 이사국들에 제재결의안 초안을 회람했으며, 표결은 5일 오후 3시(한국시간 오는 6일 오전 4시)에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에 결의안이 채택되면 제8차 대북 제재결의안이 된다. 안보리는 2006년 이후 1718호(2006년), 1874호(2009년), 2087호·2094호(2013년), 2270호·2321호(2016년), 2356호(2017년) 등 7차례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이 채택되려면 미국·중국·러시아·프랑스·영국 등 5개 상임이사국이 거부권(veto)을 행사하지 않는 상황에서 15개 이사국 가운데 9개국 이상 찬성해야 한다.
미국이 마련한 결의안 초안은 북한의 대외수출에 타격을 가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북한 김정은 정권의 자금줄을 옥죄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초안에는 북한의 석탄과 철·철광석, 납·방연광(lead ore), 해산물 등의 수출을 전면 봉쇄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각국이 북한 노동자를 추가로 받아들이는 것을 금지하고, 북한과의 어떤 형태의 합작투자(joint venture)도 차단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북한의 연간 대외수출액 30억 달러 가운데 10억 달러가량이 제재를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로이터통신은 미 외교관을 인용해 북한이 올해 들어서만 석탄 수출로 4억달러, 철·철광석, 납·방연광, 수산물 수출로 각각 2억5천100만 달러, 1억1천300만달러, 2억9천5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고 추산했다.
다만, 해외 파견 노동자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정확히 얼마인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유엔은 2015년 북한이 해외로 송출한 노동자가 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했다.
이와 함께 자산동결과 국외여행 제한을 받는 이른바 '대북 블랙리스트'에 조선무역은행, 만수대해외개발회사그룹, 조선민족보험총회사, 고려신용개발은행 등 4개 기관과 개인 9명이 추가된다. 조선무역은행은 미국 재무부의 독자제재 대상에 올라있다.
또 유엔 결의안을 위반한 북한 선박에 대해서는 모든 유엔 회원국의 항구에 입항이 금지된다.
하지만 가장 관심을 모았던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 차단 조치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실효성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대북 원유수송 금지는 북한 정권의 '생명줄'을 끊는 초강력 조치로 최근 미국 내 대북 강경론 부상 속에서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중국의 반대로 이번 결의안에는 포함하지 않고 기존 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절충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이번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연일 중국을 압박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SNS를 통해 “중국에 매우 실망하고 있다”며 “그들은 말만 할 뿐 우리를 위해 북한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며 대북 제재에 소극적인 중국에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바로 다음날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도 “북한에 대한 대화는 끝났다”며 “중국은 그들이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중국의 역할을 주문했다.
또한 최근 미 언론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對中) 무역 보복 조치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끊이지 않았다.
미-중 '무역전쟁'은 안보리 결의안에 대한 미중 합의 소식이 전해짐과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4일로 예정됐던 대중 무역조치 발표를 연기하면서 예고편으로 일단락됐다. 중국이 미국의 거센 압박에 더해 북한의 2차 ICBM급 미사일을 발사로 제재결의의 명분이 커지자 안보리 제재에 합의했다는 분석이다.
보니 글레이저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 담당 수석 고문은 로이터통신에 "(초안에는) 여러 면에서 미국과 중국의 합의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명백하게도 중국 원유의 북한 수출 제한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5개 상임이사국 멤버인 러시아가 변수로 꼽힌다. 앞서 바실리 네벤샤 신임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AP통신에 "아직 상임이사국 간 합의가 없다"며 "추가 대북제재에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때문에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의 막판 조율 과정에서 표결 일정이 주말을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안보리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러시아와 중국이 제재결의 초안을 지지할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