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럭시가 ‘롤드컵 V2’를 달성했다. 지난 2014년 이후 3년 만의 챔피언 복귀다.
한때 ‘삼성왕조’로 불렸을 만큼 강력한 전력을 뽐냈던 이들이었기에 이번 타이틀 탈환은 어찌 보면 응당 당연한 일로 비춰진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지난 2014년 말에서 2015년 초 재능 있는 선수들이 북미·중국 등지로 모조리 빠져나갔던 일명 ‘코리안 액소더스 사건’에 정통으로 직격타를 맞았던 팀이 삼성이었다. 화이트와 블루 소속 선수 전원과의 협상이 결렬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휘봉을 잡은 최우범 감독은 무명 선수로 로스터를 짜야 했다. 세간에 조금이라도 이름이 알려진 선수라고는 서포터 ‘레이스’ 권지민이 유일했다. 당시부터 지금까지 함께해온 선수가 권지민과 ‘큐베’ 이성진밖에 없을 정도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2015년 성적은 스프링 8위, 서머 7위였다.
하지만 삼성은 2016년 CJ 엔투스로부터 정글러 ‘앰비션’ 강찬용을 영입하면서 조금씩 반등하기 시작했다. 대기만성형 미드라이너 ‘크라운’ 이민호도 특정 챔피언의 스페셜리스트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윽고 서머 스플릿에 접어들면서 삼성은 완전히 새로운 팀으로 거듭났다. 챌린저스에서 영입한 ‘룰러’ 박재혁이 팀에 부족했던 2%의 캐리력을 채워줬고, ‘코어장전’ 조용인의 서포터 포지션 변경도 성공했다. 이들은 그해 스프링 6위, 서머 4위를 기록했고 극적으로 진출한 롤드컵에서도 결승까지 도달, SK텔레콤 T1과 명승부를 연출해내며 풀 세트 접전 끝에 패했다.
또 올해는 스프링 3위, 서머 4위를 기록, 명실상부 상위권팀으로 도약했다. 이들은 롤드컵 지역 선발전에서 kt 롤스터를 꺾고 간신히 대회 본선에 진출했다. 그리고 본선 8강에서 롱주 게이밍을, 오늘 결승에서 SK텔레콤 T1을 나란히 3대0으로 꺾으면서 명실상부 세계최강팀에 올랐다.
‘크라운’ 이민호는 브라질에서, ‘코어장전’ 조용인은 북미에서 큰 소득을 거두지 못한 뒤 삼성에 입단한 선수들이었다. ‘룰러’ 박재혁은 2부 리그인 챌린저스에서 스카웃했다. 쌩초짜 또는 이미 한 차례 실패를 겪었던 중고 신인들과 전성기 지난 베테랑의 만남, 그렇게 탄생한 팀이 수많은 스타플레이어를 보유한 슈퍼 팀을 차례차례 격파한 것이다.
베이징│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