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이 조용한 오프시즌이다. 대부분의 팀이 리빌딩 대신 집안 단속을 택했다. 그런 가운데 bbq 올리버스가 ‘이그나’ 이동근과 ‘트릭’ 김강윤을 영입하면서 뜻밖의 오프시즌 승자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bbq 측은 이번 오프시즌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bbq 올리버스를 운영하는 e스포츠 커넥티드(ESC) 송성창 대표 이사는 쿠키뉴스에 “ESC 에버 시절부터 순수 아마추어들과 함께 롤챔스 시드를 확보하고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시즌이면 3년차가 되는데, 선수단 내에서 ‘언젠간 롤드컵에 나가봐야 하지 않겠나’하는 의견이 나왔다”고 첨언했다.
그는 “지난 시즌을 치르면서 우리가 한계점에 도달했고, 패기만으로는 그 한계를 깰 수 없다는 걸 알았다”며 “경험 많은 선수가 필요하다는 걸 체감했다”고 두 선수의 영입 이유를 설명했다. 또 “스폰서인 bbq와도 성적 상승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추가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새로 영입한 두 선수에게 크게 2가지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bbq가 김강윤과 이동근에게 바라는 건 ‘경험의 공유’와 ‘글로벌 문화의 공유’였다. 송 이사는 “롤드컵 무대를 밟아본 선수들인 만큼 두 선수의 풍부한 경험이 알게 모르게 팀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또한 두 선수가 유럽에서 체득한 해외 e스포츠 문화가 팀에 자연스레 녹아들기 또한 기대하고 있다”고 이번 오프시즌 행보를 정리했다.
bbq는 올 한 해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스프링 스플릿을 8위로, 서머 스플릿을 9위로 마친 이들이다. 9월 승강전 최종전에서 CJ 엔투스를 잡지 못했다면 하위 리그인 챌린저스로 강등됐을 터였다.
가진 것에 비해 성과가 나오지 않았던 해였다. 엔진과 바퀴를 비롯한 부속품은 최고 품질이지만, 정작 차체를 움직이게 만드는 액셀러레이터와 핸들이 없었다는 게 세간의 평가였다. 누군가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팀의 방향을 정해줘야 하는데, 그럴 만한 인재가 없었다. 과감함의 부재는 곧 패배로 직결됐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영입은 기존 단점을 완벽하게 메울 수 있는 마지막 퍼즐 2조각과 같다. 우선 정글러 김강윤은 지난 2016년 유럽 G2 e스포츠로 넘어간 뒤 단 1번도 유럽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십 시리즈(EU LCS) 우승컵을 놓치지 않았던, 승리의 맛을 아는 선수다. 또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과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을 비롯한 각종 국제대회 참가 경험도 풍부하다.
경험이 풍부한 것은 이동근 또한 마찬가지. 유럽 미스핏츠 게이밍에서 1년 반 동안 활동하면서 2부 리그에 있던 팀을 월드 챔피언십 8강에 진출시켰다. 그는 bbq에 필요한 변수창출 능력 또한 갖췄다. 올 한 해 쓰레쉬를 가장 많이 플레이한 이동근은 로밍과 이니시에이팅이 최고 장점이다. SK텔레콤 T1과의 롤드컵 8강전에서 히든 카드로 블리츠크랭크와 레오나를 꺼낼 수 있었던 자신감의 밑바탕이기도 하다.
김강윤과 이동근은 밋밋했던 크리스피 치킨에 감칠맛을 더하는 ‘양념’이 되어줄 수 있을까. 두 선수는 2년 만의 한국 복귀 무대이기도 한 2018 롤챔스 스플릿을 통해 가치를 증명할 전망이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