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이 정부 규제로 인해 침체기를 맞으면서 상장 신탁사의 주가도 주춤한 상태다. 국내 대표적인 상장 신탁사인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의 주가는 최근 3개월 새 보합 혹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적용되는 재건축환수제와 대출 규제 등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핵심 사업인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도 부동산 시장 흐름에 민감하게 작용하기에 실적 변동성에 대한 가능성도 존재한다.
◇ 부동산신탁 주가 하락세…일차적 원인 시장 하락세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8·2 부동산 대책 이후 국내 상장 부동산신탁사인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의 주가는 하향세를 그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토지신탁의 주가(21일 종가기준)는 3040원이다. 3개월 전 대비(3245원) 6.31% 하락한 것이다.
경쟁사로 불리는 한국자산신탁의 주가도 내림세다. 한국자산신탁의 주가는 6900원으로 3개월 전 주가(7426원) 7.08% 떨어졌다.
증권사가 제시한 두 기업의 목표주가도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토지신탁의 목표주가는 4640원으로 3개월 전(4943원)에 비해 6.12% 감소했다. 한국자산신탁의 현재 목표주가 1만1567원으로 3개월 전(1만2675원) 대비 8.74% 줄어들었다.
두 회사의 지난해 실적은 지난 2012년 이래 가장 높은 이익을 기록했다. 한국토지신탁은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 1259억원, 순이익 1352억원을 거뒀다. 한국자산신탁도 영업이익 1173억원, 당기순이익 894억원으로 6년 동안 최고 실적을 냈다.
그럼에도 두 회사의 주가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상장 부동산신탁사의 주가 하락의 일차적 원인은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 침체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지방을 중심으로 분양경기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월 전국 HSSI(분양경기실사지수) 전망치는 69.8로 전월 대비 11.7p 떨어졌다. 서울(91.8)을 제외하고 전국 대부분이 60~70선에 불과했다.
HSSI는 분양을 앞두거나 분양 중인 단지의 분양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다. 매달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다. 특히 지방에 사업이 많은 신탁사의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평가다.
이밖에 정부의 대출 규제도 악재로 꼽힌다. 올해 1월부터 신(新) DTI(총부채상환비율)가 시행됐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한다. 오는 4월부터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된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공급과잉도 부담스런 부분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총 44만가구다. 이는 1990년 이후 최대 물량이다.
◇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부메랑 가능성
그동안 부동산신탁사들의 핵심 수익 사업으로 내세운 차입형 토지신탁 방식도 최근 부메랑이 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수도권과 지방의 분양 양극화가 커지면서 지방에 사업지가 많은 신탁사의 부담은 클 수 밖에 없다.
차입형 토지신탁이란 토지소유자가 토지를 신탁사에 위탁하면 신탁사가 개발에 필요한 자금, 공사발주, 관리와 운영 등을 맡은 뒤 발생한 수익을 나누는 사업 구조다.
때문에 사업장에서 미분양 손실이 나면 그만큼 리스크도 커진다.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도 발생하고 이자비용도 함께 내야 한다.
특히 최근 침체된 지방 부동시장에 사업이 집중된 신탁사들에겐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이 가운데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의 비중이 큰 한국자산신탁과 한국토지신탁에게는 악재로 작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조성근 한국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2017년 이후 대규모 입주가 진행되며 지방 위주로 분양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있다”며 “차입형 개발신탁 상품이 분양경기에 민감하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 애널리스트는 “한국토지신탁은 차입형 개발신탁에 집중된 사업구조로 본원적인 리스크 프로파일(리스크 관리 분석)이 저하됐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토지신탁사 관계자는 “내부에서 사업타당성 여부를 확인한 다음에 수주를 한다”라며 “기본적으로 사업적인 버퍼를 통해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방의 일부 소도시의 경우 분양과 관련해 청약률에 중점을 두기 보다는 실수요자 위주로 사업을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자산신탁도 차입형토지신탁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한국자산신탁은 2016년 말 기준으로 차입형토지신탁사업의 수주잔고로 모두 1792억 원을 확보했다.
이에 대해 한국신용평가 조성근 애널리스트는 “중장기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하락 시에는 준공의무로 인한 신탁계정대 수요와 대손부담이 동시에 증가할 위험이 존재한다”라고 우려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