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식의 갈등,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이 공론화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가까운 친구나 연인 사이에서도 발생하는 갈등이 살을 부대끼며 지내는 가족 사이에 생기지 않을리 없다. 그동안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누군가는 고통을 표현하지 못하고 견뎠을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부모와의 갈등이 결혼을 마지막으로 끝나면 아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고부 갈등도 마찬가지다. 이젠 어디서부터 문제가 시작됐고 어떻게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로 이어진다.
물론 생각처럼 간단히 해결될 일은 아니다. 어느 한 쪽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인을 쉽게 파악하기도 힘들다. 심리치료사 잉그리트 알렉산더와 자비네 뤼크의 ‘굿바이 가족 트라우마’, 영화감독 선호빈이 쓴 ‘B급 며느리’는 가족 갈등의 원인을 탐구하는 책이다. 두 권의 책은 가족에게 받은 상처가 아물지 않은 독자들에겐 치유 효과를, 현재 고통을 받고 있는 독자들에겐 위로와 해결책을 줄 수 있지 않을까.
△ ‘굿바이 가족 트라우마’
‘굿바이 가족 트라우마’는 전문 교육치료사이자 사회교육학자, 심리치료사인 저자 잉그리트 알렉산더와 자비네 뤼크가 부모 세대가 겪은 충격적인 경험이 고스란히 자식 세대까지 전이되는 가족 트라우마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분석한 심리교양서다. 심리학적인 분석은 물론 다양한 임상 사례를 통해 해결 방안까지 제공한다.
두 저자는 가족 관계를 망치고 배우자를 마음대로 움직이려 하며 자녀들에게 높은 성과를 강요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 스스로 정작 누구의 인생을 살고 있는지, 누구의 갈망을 충족하기 원하는지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부모와의 충성 계약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인간은 자기 자신과의 연결점을 되찾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 ‘B급 며느리’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책의 저자이자 영화감독인 선호빈은 아내 김진영과 결혼한 후, 아내와 어머니의 심각한 고부갈등을 마주한다. 처음부터 두 사람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려고 한 건 아니다. 매번 만날 때마다 어머니의 말이 바뀐다며 증거를 남겨달라는 아내의 요청에 의해 저자는 카메라를 들었다. 평화를 찾기 위해 시작한 카메라에는 아내와 어머니, 그리고 저자의 고통이 고스란히 담겼다.
화제의 다큐멘터리 영화 ‘B급 며느리’를 만든 선호빈 감독은 영화에서 다하지 못한 고부간의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어느 평범한 한 가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느새 공감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영화가 개봉한 이후 가족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비하인드 스토리도 읽을 수 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