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시행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 등으로 주택사업이 지역별로 양극화되고 있으나 건설사의 실적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의 실적은 회사를 좌지우지 하는 최고경영인에게 호재 혹은 악재가 될 수 있다.
올해 초 대표이사로 취임한 삼성물산 이영호 사장(건설부문장)은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해 부담감을 줄였다. 반면 올해 취임한 현대건설 박동욱 사장은 1분기 부진한 실적으로 첫 출발부터 무거움 짐이 늘어났다.
내년 초 임기가 마무리되는 CEO도 ‘좌불안석’이다. 특히 GS건설 임병용 사장은 지난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실적을 올해 개선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만큼 올해 실적 향상이 연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삼성 이영호·현대 박동욱 취임 첫해 출발 ‘희비’
올해 초 취임한 삼성물산 이영호 사장은 올해 1분기 실적 서프라이즈로 부담감을 한결 덜게 됐다.
삼성물산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7조4763억원으로 전년 동기 6조7023억원 대비 11.5%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91억7127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1369억9922만원) 52.6% 증가했다.
특히 건설 사업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3.6% 늘어났다.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 실적도 전년 동기 보다 증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310억원, 100억원으로 전년 분기 대비 21.74%, 194.11% 늘어났다.
다만 개선 과제도 있다. 한국서부발전, 삼성물산, 현대산업개발이 공동 출자해 LNG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 운영하는 전력생산회사인 동두천드림파워가 지속적인 손실을 내고 있어서다. 삼성물산은 동두천드림파워에 경영 참가 명복으로 지분 투자(31.15%)를 하고 있다.
동두천드림파워 지난 2015년 5월 준공된 이후 수백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지속하고 있다. 손손실 액수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2015년 말 103억원, 지난해에는 531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올해 1분기에 처음으로 흑자 전환(5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이 기업에 지분 투자한 삼성물산도 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 타법인출자 현황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370억1900만원의 평가손실을 냈다. 지난해에도 12억4500만원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했다.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도 리스크 요인 가운데 하나다. 이번 논란은 특정 기업의 단순 회계 부정이 아닌 삼성물산 합병과 맞물려 있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단순히 이번 사안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자체의 분식회계 문제가 아니라 지난 2015년 삼성물산 합병과도 연결된 사안”이라며 “합병 과정에서 대주주(이재용)에게 유리하도록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기 위한 후속 조치라고 판단한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첫 임기를 시작하는 현대건설 박동욱 사장도 지난해 실적 부진을 개선해야 하는 당면 과제에 놓여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실적 컨센서스(추정치)에 한참 못미치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매출 16조8871억원, 영업이익 9861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0.29%, 17.53%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실적도 신통치 않다. 현대건설은 올해 1분기 매출 3조5382억원, 영업이익 218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4.3%, 4.4% 감소했다. 현대건설의 실적 부진은 해외사업 현장((UAE 미르파 발전: 1.1조원, 우즈벡 탈리마잔 발전: 9700억원 등)의 매출 공백에 기인한 것이다.
늘어나는 이자발생부채도 부담 요인이다. 이자발생부채란 은행의 차입금과 증권시장 채권자에게 빌린 사채를 의미한다. 현대건설의 이자발생부채는 2조5095억원으로 지난해 말(2조4872억원) 대비 소폭 증가했다.
다만 최근 대북 경협 관련주로 꼽히면서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 해외 수주 물량 확대 가능성 등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받는다. 하나금융투자 오경석 연구원은 “현대건설 2분기 연결 신규 수주는 6조7000억원으로 전망되고 상반기 말 사우디 항만, 하반기에는 인도네시아 석탄화력발전 수주 결과가 가시권에 들어왔다”면서 “올해 해외 수주는 11조4000억원으로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 연임 가능성 김대철 ‘맑음’ 임병용 ‘비온 뒤 갬’
내년 초에 임기가 마무리되는 현대산업개발 김대철 사장과 GS건설 임병용 사장의 연임 여부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1월 취임한 현대산업개발 김대철 사장의 입지는 현재까지 탄탄대로라고 평가받는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5조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6461 억원으로 전년 대비 24.92%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1조4261억원, 영업이익 1555억원을 기록했다.
수익성도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의 재무여력과 수익성 지표인 ROE(자기자본이익률)는 약 32.17%, 영업이익률 7.46%를 기록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이달 12일 건설부문을 인적분할한 신규법인 HDC현대산업개발과 존속법인 HDC가 12일 코스피시장에 재상장된다. 지주회사로의 체제 전환을 통해 지주사인 HDC는 자회사 관리와 투자사업, 부동산 임대사업을 영위하는 대형 디벨로퍼로 새롭게 발돋움한다. 김대철 사장은 지난 5월 인적 분할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반면 GS건설 임병용 사장의 연임 여부는 안갯속이다. 임병용 사장은 2013년 6월 취임 이후 일년 만에 영업이익 흑자로 돌리며 ‘자이’를 살린 인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원화강세에 따른 해외사업 부진으로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GS건설은 연간 영업이익 3000억원을 넘겼지만 순이익 부문에서는 153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전년(204억원 당기순손실)에 이어 연속 적자 행진을 기록한 셈이다.
지난해 GS건설은 부문별로 해외 사업에서 큰 영업손실을 냈다. 2017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인프라 부문에서 2억6000만원, 건축에서 9268억580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플랜트(5487억400만원), 전력(579억1600만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1분기 실적 상승으로 연임 가능성도 제기된다. GS건설은 올해 1분기 매출 3조1270억원, 영업이익 3900억원, 세전이익 3110억원을 기록했다. 박현욱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현안 프로젝트(사우디아라비아 라빅2)에서 1200억원이 환입하고 국내 주택부문에서 600억원 규모 조정이 발생한 데 따라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