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의약품과 의료행위 등에 가려져 각종 제도나 행정적으로 조명 받지 못했던 의료기기 산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난 19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대중 앞에 나서 의료기기산업의 발전을 위한 규제개혁 등 개선을 약속했다. 이에 업계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19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정부 관계부처 합동으로 의료기기 규제혁신 및 산업육성을 발표하는 자리에 깜짝 등장해 “도전이 가로막히지 않도록 하겠다. 의료기기 산업의 낡은 관행과 제도, 불필요한 규제를 혁파하는 것이 그 시작이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구체적으로 발표된 ‘혁신성장 확산을 위한 의료기기분야 규제혁신 및 산업육성 방안’에 따르면 체외진단기기는 사후평가로 전환해 시장진입 기간을 대폭 줄이고, 혁신성이 인정되는 첨단 의료기기는 즉시 판매할 수 있게 된다.
현재 3개 기관에서 따로 받아야 하는 인·허가 절차도 통합하는 등 인·허가 시간이 1/5로 줄어들 수도 있을 전망이다. 신체에 직접 삽입되지 않는 제품들에 대한 신의료기술 면제, 병원과 산업계 간 협력강화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이와 관련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회장 이경국)는 “지난 10년간 어려움을 겪고 있던 신의료기술, 첨단의료기기의 시장진출, 의료기기 산업의 생태계 조성을 위한 산업과 병원간 연계 등은 규제와 진흥을 아우르는 깊은 고민의 산물”이라며 지지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회장 이재화)도 “제시된 혁신방안은 산업계가 오랫동안 주장하고 바라왔던 내용”이라면서 “(정부가) 규제혁파의 첫 시작을 의료기기분야에서 찾은 것은 산업에 관심을 갖고 개선할 의지가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우리도 미래가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됐다”고 평했다.
다만 이들 단체는 금번 규제개혁 발표가 선언적 의미가 큰 ‘시작’에 불과한 만큼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업계와 논의해 하나하나 해결해나가야 할 것이라는 당부의 말도 함께 남겼다.
조합은 “그 동안 각 부처별로 의료기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의료기기 규제혁신은 이제 시작이다. 열리지 않을 것 같던 굳건한 문이 열린 만큼 앞으로 불필요한 규제들이 더욱 활발히 논의되고 차례로 해결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협회 또한 “정부의 세심한 실천계획안을 요청한다. 의료기기의 ‘선 시장진입 후 평가’로의 신의료기술 평가방식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세부적인 기준과 체계를 마련해야한다. 협회 등과 의견수렴과정이 필요하고 신속하게 진행돼야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인공지능(AI), 3D프린팅, 로봇 등 혁신·첨단의료기술의 우선시장 진입시 임상적 근거를 조속히 확보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정비나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 의료기기 관련 전문평가를 위한 평가위원군에도 전문가들이 활발히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한다. 인·허가 규제 전면개편과 이를 이끌어갈 조직의 신설 및 인력보강도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부의 의지에 힘입어 의료기기산업의 혁신과 발전에 앞장서며, 항상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겨야한다는 가치실현을 소명으로 알고 사람이 먼저라는 가치를 염두에 둬 실천해 나갈 것을 함께 약속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