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수주 받고 재하청 ‘직접생산증명제도’ 악용…관급공사 비리 적발

檢, 수주 받고 재하청 ‘직접생산증명제도’ 악용…관급공사 비리 적발

기사승인 2018-09-03 11:27:00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이 공공구매 계약에 참여할 때 직접생산 능력의 보유 여부를 확인하는 제도인 ‘직접생산증명제도’를 부정하게 악용해 수백억원대 공사대금을 가로챈 조형물 제작업체 업자가 검찰에 적발됐다.

이 범행에는 과정에서 업자에게서 편의 제공 대가로 뒷돈을 받은 창원경륜공단, 부산 동구청 공무원 등 2명, 높은 점수 배점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대학교수 7명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무원‧대학교수 낀 관급공사 수주 비리

창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윤병준)는 이 사건과 관련, A조형물 제작업체 대표 B(48)씨를 판로지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창원경륜공단 직원 C(44)씨와 부산 동구청 공무원 D(47)씨 등 2명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검찰은 A업체 영업이사와 또 다른 조형물 제작업체 대표, 자전거 보관대 제적업체 대표, 이들 법인, 대학교수 등 1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B씨는 2015년 7월부터 지난 2월까지 실물모형에 대해 부정 발급받은 ‘직접생산확인증명서’를 이용해 공공기관관 23건의 공사계약을 체결한 뒤 공사대금 150억원 상당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E조형물 제작업체 대표 F(62)씨는 2015년 1월부터 지난 3월까지 B씨와 같은 수법으로 공공기관과 23건의 공사계약을 맺은 뒤 공사대금 341억원 상당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창원경륜공단 직원 G(44)씨는 2016년 7월부터 지난 2월까지 자전거 보관대 제작업체 대표 H(44)씨에게서 195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부산 동구청 공무원 I(47)씨는 2016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B씨에게서 205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대구와 경주, 부산, 창원에 있는 대학에 근무 중인 교수 7명은 B씨와 B씨 회사의 영업이사에게서 각각 300만원에서 2100만원씩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중소기업 정책 ‘직접생산증명제도’ 악용한 범행

 



‘직접생산증명제도’는 중소기업자가 직접 생산‧제공하는 제품 중 판로 확대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일정 제품을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으로 지정, 중소기업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제한경쟁 입찰에 조달계약을 체결하는 제도다.

이에 중소기업자의 직접 생산 여부를 확인‧조사한 후 ‘직접생산확인증명서’를 발급한다.

정부가 이 제도를 도입한 데는 건실한 소규모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하고 중소기업자간 공정 경쟁을 담보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적발된 업체 대표들은 일반 사무실을 마치 생산공장인 것처럼 실태 조사 담당자를 속이고 증명서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이들 업자는 공공기관에서 발주한 조형물 설치공사 입찰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들 업자는 실제 조형물 등을 제작하지도 않았다.

확인 결과 제품을 직접 생산할 것처럼 공무원을 속이고 공사를 수주 받은 뒤 공사 전량을 중소기업에 일괄 하도급을 주고 납품했다.

이 같은 범행 수법은 제품을 직접 생산해야 하는 이 제도의 도입 취지를 완전히 무색해했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공사 발주 공공기관과 하청업체 사이에서 공사금액 대비 30%가량의 부당수익을 가로 챙겼다.

이렇게 챙긴 부당수익이 A업체는 55억원, 또 다른 조형물 제작업체는 126억원 규모인 것으로 조사됐다.

공사가 완료된 조형물은 국립서울현충원 사진 전시관, 국립등대박물관 해양관 전시실, 과메기 연구센터 전시실 등에 비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발주처 계약 담당 공무원과 공사 입찰제안서 평가위원인 대학교수들이 뒷돈을 받고 가담했기에 이런 범행이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 제도와 관련, 현장 실태조사 업무가 가장 중요한 데도 일반 사인(私人) 지위에 있는 ‘중소기업조합’에 재위탁, 형식적으로 진행되면서 결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조형물 등 설치 공사 입찰 과정에서 분리발주 등 방법으로 영세 소규모 중소기업의 계약수주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검찰 관계자는 “직접 생산이 공사수주 요건인데 브로커 업체들이 직접 생산을 가장해 담당 공무원과 평가위원 교수들에게 금품로비를 벌여 관급 공사를 수주하고 일괄 하청을 통해 납품한 후 이익을 챙기는 구조적 비리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제도와 관련해 중소벤쳐기업부 장관 등 관계 기관에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해 줄 것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창원=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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